저는 이번 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산하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북미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교회 여러 대표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중심으로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 평화의 과제를 다루는 모습이 참으로 진지합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남한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북조선의 그리스도연맹 대표들이 동참을 해서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반도평화의 중요성으로 인해 교황 프란시스코께서 세계교회협의회 70주년 기념예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남한과 북조선의 대표들과 악수를 했습니다. 경찰 천 여명이 완전 차단하는 삼엄한 보안상황에서 모임을 출입하느라 긴장된 분위기였지만 이런 귀한 역사적인 모임에 참석하게 된 것이 감사했습니다.
이번 모임에 같이한 장위현 목사(UMC평화위원회 위원장)는 1986년 스위스 글리온에서 열린 WCC 대회 때 부친 장기천 감독님이 한국교회협의회 대표로 참여하셔서 당시 북측 대표인 고기준 목사님과 만나는 사진이 소개되어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제 아내 외할아버지가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목회를 하시면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초대 회장을 지내셨는데 50년대 스위스에서 열린 WCC대회에 참석하고 오셨다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저는 80년대 초반부터 에큐메니칼 운동의 영향을 받고 목회를 했기 때문에 지난 30여 년 다양하게 연관되는 사람과 사건이 많이 있어서 감회가 깊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물론 반복되는 역사의 현장에도 연결과 연관의 끈이 신비롭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중요하게 제안된 것은 해외동포(디아스포라)의 역할입니다. 판문점 선언에도 8000만 민족을 거론했는데 남북이 7천만 해외동포가 천만입니다. 다음으로는 WCC가 일반 평신도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선언문과 신학문서를 내놓는 것 잘하는 것보다 일반 교회 교인들에게 가깝게 내려와야 하는 중요성을 제안했습니다. 냉전시대 구도와 문화가 팽배할 때는 대화가 어렵고 문제제기가 힘들었기에 교회가 문을 열고 대화를 여는 역할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남한과 북한, 북한과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지원하는 전쟁종식에서 평화의 시대가 열리게 되니 교회는 더욱 교회가 교회되는 과제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습니다. 저의 마음을 울린 것은 일본교회협의회 총무의 발언입니다. 아베정권이 일본 헌법을 바꾸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려는 시도를 막아달라는 것입니다. 현재 한반도평화를 방해하는 가장 두드러진 세력이 일본아베 정권인데 이로 인해 재일동포들이 일본사회에서 어려움을 많이 당하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호소했습니다.
우리 UMC 평화위원회는 30여 년전 시카고에서 ‘감리교 통일위원회’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통일을 말하는 것이 힘들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단체 자체가 없어질 것 같은 어려운 시절들이 있었지만 모두 잘 견뎌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교회협의회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에 옵저버로 초대되었다는 것 자체가 모두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앞으로 이 모임의 정식 회원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아침 예배에 평화위원회 고문되는 정희수 감독님이 하나님이 이루어주시는 평화의 역사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교하는 것을 보면서 “너희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가 확신하노라”(빌립보 1:6)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80년대 어려웠던 시절 시작했던 우리의 작은 노력들을 하나님께서 버리지 않으시고 결국 합력하여 선을 이루셨다는 감사가 몰려옵니다.
국가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 있고 교회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개체교회 목회자이기 때문에 하나님 나라 역사가 grassroot 바닥에서 일어난다고 믿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후러싱제일교회에게 미국에서 특별히, 뉴욕에서 하나님 역사의 바닥을 지켜내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우리교회가 먼저 사도행전의 안디옥교회처럼 ‘그리스도인’으로 인정받는 교회다운 교회되는 모델과 모범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평화의 완전은 주님의평화입니다. 통일의 완성은 하나님 나라 실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