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입니다. 성경에 보면 가정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계명과 노엽게 하고 억울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계명이 제시됩니다. 부모가 힘이 없을 때 천시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아이들을 윽박지르고 처자를 함부로 버리는 일 못하도록 하나님이 명령하신 것입니다. 저는 부모님에게 고마운 것이 인격을 존중해 주신 것입니다. 억울한 일이 있어 여쭈면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옛날 겨울 곤로용 키로씬을 사러 정종병 들고 다녀오는 일 저만 어머니가 보내기에 ‘왜 바로 밑 동생은 안 시키냐’고 항의를 했었습니다. 나중에 동생이 컸는데도 나만 시키니 억울했습니다. 어머니 말씀이 “네가 형이쟎아.” 하셨고 전 그 말씀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습니다. 형이니까요. 중3때 너무 공부를 안하니까 담임선생님이 미국 유학갔다가 모처럼 한국에 들어오신 아버지를 만나 제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저에게 “높은 산에 올라야 멀리 보는 거다.”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네가 공부를 안하면 네 친구들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똑똑한 여자아이들 다 서울로 고등학교 갈텐데, 너만 의정부에 남아있어도 괜찮겠니?”하셨습니다. 분명히 선생님이 제 비행을 아버지에게 고자질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저만 시골에 남을 것이라는 협박에 그날부터 공부를 해서 전체성적 67등이었던 것이 졸업할 땐 3등으로 올라가고 결국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합격했습니다. 단 한번도 얻어맞거나 큰소리로 야단을 맞은 적이 없습니다.
저의 어린시절 외할아버지가 집안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셨습니다. 할머니는 다리를 못쓰셔서 방안에만 계셔야 했는데, 할아버지는 계절마다 여자친구가 바뀌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어머니는 좀 덜하셨지만, 이모는 할아버지를 엄청 싫어했습니다. 당시 이모가 학교 선생이자 약국을 운영하는 집안 권력의 중심이었기에 할아버지는 꼼짝도 못하셨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복덕방 일 하셔서 돈을 좀 버시면 내게 용돈을 주셨고 비가 오고나면 다음날 삼태기를 만들어서 개울에 나가 미꾸라지와 송사리 잡게 하셨습니다. 중학생 때 할아버지 임종을 제가 지켰습니다. 어른들이 이상하게 그날 집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급하게 교회에 달려갔더니 교회 역시 아무도 없고 사찰 장로님만 계셨습니다. 장로님이 오셔서 찬송가 크게 혼자 부르시더니 기도하시고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예수믿고 가셔야 합니다. 지옥가시면 안되고 예수믿고 천국가셔야 합니다.”합니다. 그래서 저도 할아버지가 그냥 가시면 아무래도 지옥가실 것 같아서 마음이 급해져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예수 믿는다고 해요. 빨리 해요. 할아버지 빨리요”했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 아무 움직임이 없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떡끄떡 하시니 장로님이 이때다 하고 할아버지 대신 영접기도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떠나셨는데 할아버지 예수 영접이 할아버지가 내게 주신 생전 마지막 선물이었다고 믿습니다. 평생 가족에게 비난 받으신 할아버지가 세상 떠나면서 예수 영접을 급하게 하시고 천하에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가셨다는 것이 어린 나에게는 참으로 신비했습니다.
그리고 내게 있어서 또 다른 귀한 가족은 고향 교회인 의정부 중앙감리교회였습니다. 강신재 목사님이 몸이 약하셔서 교회에서 양인지 염소인지 길러서 우유를 드셨습니다. 저는 그것이 그리 먹고 싶어서 목사님 우유드시는 시간이면 사택 주변을 뱅뱅 돌았습니다. 그러면 석대가 나와서 “아버지가 너 들어오라고 하셔”하면 염치도 없이 목사님이 남겨주시는 우유를 홀짝 들이마셨습니다. 훗날 생각해 보면 석대도 석주형도 선미도 나를 미워하거나 불평하지를 않았던 것이 신기합니다. 석주형은 목사가 되었고 석대는 의사로 60살까지 일하고 필리핀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선미도 시집 잘 가서 잘산다고 합니다. 미국에 이민와서 살다가 80년 초에 십년이 훨씬 지나 고향 교회를 찾았더니 신기한 것이 내가 모르는 나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교회 장로님들 권사님들은 알고 계셨습니다. 나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은 기억을 가진 곳이 내 고향 교회였습니다.
가족이 별건가요. 식구들 밥 같이 먹고 지지고 볶으면서도 같이 사는거죠. 못나고 모자라니까 하나님이 서로 지켜주도록 붙여준 거죠. 그러면서 사랑을 배우고 사랑 때문에 살맛 나는 거죠. 교회도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