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0여년전에 연합감리교 총회소속 “여성지위 향상위원회”(The General Commission on The Status and Role of Women) 위원으로 선정된 일이 있습니다. 그 위원회 이름이 말해주듯 남자들이 들어가서 폼 잡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이왕이면 권력중심부에 들어가는 보직도 아니고 인종차별문제를 다루는 곳이라고 해도 모르겠는데 “여성지위 향상위원회”에 소속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한인 남성으로서 이 같은 위원회에 추천 받았다는 것이 오히려 감사한 일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모임 오리엔테이션에서 회의 운영을 위한 몇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1. 당신 자신의 말은 물론 다른 사람의 말도 경청하라. 2. 모든 것을 인포메이션으로 받아라(선입감과 편견으로 해석하지 말고) 3. 다른 사람의 말이 그 사람의 생각에는 옳다고 그러는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동기를 의심하지 말라) 4. 편견을 가지고 판단하지 마라. 5. 확실하지 않으면 물어봐라. 6. 생각과 경험의 차이를 존중하라. 7.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라. 8. 다른 사람에게서도 배우려고 하라. 9. 공개되지 말아야 하는 일들을 지키라.

무엇보다 단정적인 용어와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용어를 배제하라고 훈련시켰습니다. 남들에게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 자기 개인견해를 강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기 의견도 하나의 의견으로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말이 되건 되지않건 그대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우리의 문제는 맞고 틀리는 것에 너무 관심들이 많습니다. 절대진리를 다루는 문제가 아닌데도 흑백논리에 빠릅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자기 개인경험을 절대화 해서 말합니다.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목소리부터 높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인간관계까지 문제가 됩니다.

사람사는 어느곳이나 골치거리인 사람은 자기가 꼭 맞는다고 고집피우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같은 교인의 입장이면서도 남들에게 충고하려고 하고 가르치려는 사람들이 많으면 교회생활 참 피곤해집니다. 그런가 하면 자기 위치와 본분을 망각하고 넘어서지 말아야 할 영역을 넘나드는 것 때문에 공동체에 문제가 생깁니다. 긍정적인 기여가 안되면 부정적인 기여를 통해서도 자기 존재의 중요성을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교회는 시끄러워집니다.

저는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최고 목적으로 모이는 모임에 참석해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나의 사고방식과 문화에 대한 점검의 작업을 해야했습니다. 남자에게 당연한 것이 여자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고 남자인 내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여자들에게는 불쾌할 수 있다는 것 등 사소한 것들로 시작해서 보다 큰 문제까지 의식 재교육을 받았습니다.

건강한 공동체란 safe community(안전한 공동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누구나 불편하거나 불안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입니다. 또한 open community(열린 공동체)입니다. 참석했던 그 모임에 언어장애를 가진 분이 있었는데 그도 서슴지 않고 발언하고 잘 들리지 않아도 모두 최대한의 존중하는 자세로 경청하고 말이 안되는 것 같아도 의견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consensus decision making process’(합의를 모으는 과정)에 대해 교육을 시켰습니다. 회의의 결정을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수렴을 통한 합의를 이루는 과정입니다. 찬반으로 갈라지기 보다 조금씩 양보하면서 공동체의 존재목적을 위한 최고최선의 방법을 서로 모색하는 길을 마련하기 위해 인내하고 양보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참 기본적이지만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왔습니다.

앞으로 우리교회 모든 회의에서도 이런 원칙들을 적용하면 훨씬 건강하고 행복한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