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뒷마당 앵두나무에 꽃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꽃나무가 귀한 동네라서 더욱 교회 마당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이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어제 아침 비가 많이 왔으니 이번 주간에 꽃이 많이 피어날 것입니다. 꽃이 피어나는 계절은 동시에 앨러지 씨즌이 시작되었음을 말해 주니 모두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봄은 우리에게 생명과 아름다움의 소식을 전해줍니다. 계절적으로는 어울리지 않지만 가을에 어울리는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라고 노래한 미당 서정주님의 기분을 조금 헤아려 봅니다.
비가 내리고 난 후 나무와 꽃들이 한순간 피어나는 것은 우리네 인생도 생명있는 신앙으로 꽃피워야 함을 말해줍니다. 사순절 40일을 지나 부활절이 오는 것과 같이 우리들도 이 계절 천둥과 먹구름을 꽃피우는 준비로 여길 수 있는 성숙한 신앙으로 살수 있어야겠습니다. 모든 일이 다 항상 새롭게 시작하는 변화를 요구합니다. 그리 아니하면 고여서 썩거나 지루하고 진부해져서 생명력과 생동감을 상실합니다.
공항에서 책 몇권을 샀습니다. 사순절을 마무리하는 이때에 적절한 내용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김창옥의 ‘지금까지 산것처럼 앞으로도 살 건가요?’를 보니 몇가지 중요한 인생 지혜를 제시합니다. 사람들 시선을 의식해서 싸이즈 맞지 않는 신발 신고 고생하지 말라고 합니다. 고로쇠나무를 이야기 하면서 자기가 살아남기 위한 물은 간직하고 내어주지 않으면 ‘번 아웃현상’이 일어나 나무가 죽는다고 하면서 ‘물기없는 나무처럼 삐쩍마른 생기 없는 인생’살지 말자고 합니다. ‘아무리 넘어져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 나 자신’이라는 말과 ‘10퍼센트만 힘을 빼면 넘어져도 덜 다칩니다.’도 좋습니다. 결론 부분에서 “변해야 할 때 변하지 않으면 썩어버립니다.”라고 썼습니다.
정신분석 전문의인 김혜남의 ‘당신과 나 사이’는 그에게 일찍 파킨슨병이 찾아오면서 인생 에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발견해내는 이야기입니다.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은 나 없이도 멀쩡하게 잘 돌아갔다. 그제야 나는 늘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손을 마주잡고 따뜻한 체온을 느끼면서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눈을 보면서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알게 되는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7쪽) 프롤로그에서는 “당장 달려와 줄 친구 두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다. 우리가 지금 관계에서 덜어내야 할 것은 무엇이고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라고 말합니다.
봄이 되니 내 삶에 지저분하게 널려있고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것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청소할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정리 정돈되지 않는 매일매일의 생활입니다. 쌓여있는 쓰레기만큼 스트레스가 커집니다. 한번 싹 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이제 예수님 고난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리신 고난주간이 시작됩니다. 우리 인생도 예수님 십자가로 새롭게 된 존재인데 주님 십자가 죽음을 헛되이되지 않게 해야겠습니다.
“그래야 했는데…”, “그랬으면 좋았을 걸…”, “앞으로는 정말…” 이런 후회의 말을 반복하며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주님 고난당하신 이 계절에 종교적인 어떤 제스쳐보다 실제적인 삶이 더욱 진지해지면 좋겠습니다.
어제 새벽부터 강하게 내린 비가 좋았습니다. 비가 오면 항상 눅눅한 것들을 햇빛에 내놓는 심정으로 내 삶의 부끄러운 감추었던 것들을 내어놓고 대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비가 많이 온 후 잡초가 무성한 인생이 아니라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삶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