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령강림주일입니다. 예수님 부활 후 50일째 되는 날이고 유대교 오순절(Pentecost)에 일어났기에 오순절 성령강림이라고 합니다. ‘오순’은 50입니다.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행 1:4)하셨고 순종해서 기도하던 중에 성령이 임하셨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 복음증거의 담대함과 성령의 능력을 받아 교회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성령강림주일은 초대교회가 태어난 날입니다. 그 이후로 교회는 핍박과 고난, 순교의 역사를 통해 부흥하고 팔레스타인 땅의 한계를 넘어 온 세계로 복음이 확장되었습니다.

때로 개인이나 공동체가 경험한 십자가 죽음이 생생해서 부활의 약속을 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기 뜻과 생각이 앞서서 주님이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지 못하고 믿음 버리고 떠나기도 합니다. 주님은 성령을 기다리라 하셨습니다. 또한 성령은 언제나 인간의 무기력한 현실에서 모든 것이 다 끝난 것 같아 포기할 때 오시고 역사하십니다. 그래서 성령은 가난한 심령 가운데 임하고 교만한 마음에는 임하지 않으십니다.

오늘 교회력 설교 본문 요 7:38절에서 예수님은 믿는 자의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 나오리라 말씀하셨습니다. 예수 믿는 자들이 받을 성령(39절)입니다. 성령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장소에 임했지만 각 한사람 한사람에게 역사했습니다. 교회가 교회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성도 각자 마음 중심에 흐르는 생수의 강(성령)입니다. 각 사람에게서 예수 믿어 변화된 삶의 아름다운 열매와 향기로운 냄새가 드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에게 ‘믿는 자에게는 생명수가 샘물이 된다’(요 4:14)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마리아 땅 그리심 산에 있는 성전도 아니고 유대 땅에 있는 예루살렘 성전도 아니라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는 자들의 예배가 참된 예배(요 4:24)라 하신 것입니다. 그러니 예배당이 성전이 아닙니다. 참 예배자 자신이 성전입니다. 예배자 배에서 성령이 생수의 강이 되어 흐르는 것입니다.

성령은 위에서 임하고 믿는 자 배에서 흘러 아래로 갑니다. 배에서 흐르는 생수의 강은 사람의 마음이고 성령으로 변화된 삶의 열매입니다. 생명과 사랑의 영향력이 강물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 교회 교인들에게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느냐”(행 19:2)고 물었습니다. 그들이 성령을 모른다고 했을 때 바울이 안수하니 성령이 임했습니다. 비로소 교회가 교회 구실을 하게 된 것입니다.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가 없으면서 여기냐 저기냐 논쟁에 빠지는 것 무의미합니다. 주님 말씀 순종으로 성령 받지 못한 사람들이 뭘 열심히 하는 것 헛된 일입니다. 사람의 말은 줄이고 주님의 말씀 잘 들어야 합니다. 자기 뜻은 내려놓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기다려야 합니다. 내 열심이 아니라 성령의 능력이어야 합니다. 요한 웨슬리는 “성령에 불타십시오. 그러면 사람들이 당신의 불타는 모습을 보려고 먼 곳에서부터 몰려올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급 할 때 가로막힌 홍해를 하나님이 바다를 갈라 주셔서 건너게 하셨지만 요단강을 건널 때는 12지파 지도자들이 언약궤를 메고 세차게 흐르는 강 중심에 우뚝 서도록 하시고 건너게 하셨습니다. 막힌 현실에서 하나님이 열어 주셔야 할 때가 있고 교회 리더들이 솔선수범 헌신과 희생으로 열어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관건은 말씀 순종이고 성령충만입니다. 80년대 미국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헨리 나웬은 ‘역사의 단절’(historical dislocation)과 ‘권위 부재의 세대’(fatherless generation)를 말했습니다. 역사의 단절이란 어른 없이 자란 버릇없음과 교만함을 뜻합니다. 질서가 없고 존중함이 없습니다. ‘권위 부재’에서 ‘fatherless’라고 말한 것은 가톨릭 성직자를 뜻합니다. 교회 영적 권위를 모르고 자란 세대라는 것입니다. 이민 교회 문제가 이것입니다. 반인권, 독재, 인종차별, 우상숭배, 창조파괴와 같은 역사와는 단절해야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하신 하나님 나라 역사와 성령으로 시작된 교회의 역사는 지켜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파괴하는 잘못된 ‘권위’는 없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생명과 사랑, 자유와 해방, 구원과 축복의 영적인 권위는 지켜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성령강림으로 시작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잘 지켜내야 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예수 잘 믿어 내 배에서 성령의 생수가 강처럼 흐르는 것입니다. 구원의 기쁨과 확신과 성령의 능력주심으로 교회의 회복과 부흥을 기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