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권운동의 큰 어른 John Lewis 연방의원이 80세로 지난 금요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20여년 전 조지아 남부 올바니에 살고 있던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에 흰 눈처럼 나부끼는 목화를 보았습니다. 당시 제가 목회하던 애틀란타 북부 써버브의 집들과는 너무 다르고 허술하게 만들어진 작은 집들이 들판에 널려있는 것을 보면서 “여기가 노예들이 목화를 따던 땅이구나”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일이 있습니다. 존 루이스가 ‘인권운동 6인방’으로 참여했던 1963년도 워싱톤 인권 대행진이 반세기가 지났어도 미국 조지아 남부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 흑인들의 경제와 생활환경은 아직도 열악하고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사라지지를 않습니다. 존 루이스는 정치참여를 통해 정의로운 세상을 이루려고 했습니다.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참여해야 한다”(You must be bold, brave, and courageous and find a way…. to get in the way.)였습니다.
얼마 전에 뉴욕 동포사회 리더 한분이 “흑인들이 우리 한인들에게 인종차별적 언행을 함부로 저지르는데 흑인 교회 목사들과 연락해서 뭔가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기에 “갑자기 그런 일로 연락을 하면 협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차라리 엘 샵톤 목사에게 연락을 하세요”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샵톤 목사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합니다. 시카고에는 제시 잭슨(Jesse Jackson) 목사님이 한흑관계 개선을 위해 많이 도왔습니다. 애틀란타는 앤드류 영 목사님이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 뉴욕 흑인 커뮤니티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엘 샵톤(Al Sharpton) 목사님은 오래전 뉴욕 한인 청과상 보이콧을 이끌면서 한인사회와 악연이 있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많이 개선되어 이런 때 도움이 되면 좋겠는데, 병세가 심하다니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흑인 커뮤니티 리더들과의 연대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해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동안 눌려져있던 여러 사회문제들이 뛰쳐 나와 진통을 겪고 있는 이 때가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하고, 세상이 새롭게 되는 과정이리라 생각합니다. 신앙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의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이 개입하시는 카이로스(Kairos Moment)입니다. 카오스(무질서)가 코스모스(우주적 대질서)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카이로스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하나님이 어떻게 개입하시는지 분별하는 지혜를 말씀과 기도를 통해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요즘 코로나의 아픔과 어려움의 현실 가운데 인종차별 철폐만이 아니라 기득권 구조해체 운동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해체’의 과정이 점진적이면 변혁이고 급격하면 혁명입니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이민을 와서 형성된 미국은 민주적인 과정과 절차로 변혁되어야지 특정한 집단의 이익이나 획일된 사상이념으로 뒤집어 엎으려는 혁명은 불가능합니다.
지금 미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하고 리오프닝을 통해 생업이 회복되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우선입니다. 그런데 정치적 목적으로 혼돈과 무질서를 조장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다 보니 바닥에서는 마스크 쓰지 않는 것을 개인 자유를 지키는 애국심의 열정으로 지키려 하는 사람들이 한편에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길거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행보는 트럼프만이 아닙니다. 얼마전에 뉴욕 시장이 트럼프 타워 앞에 Black Lives Matter라고 길가에 페인트 칠한 것도 경찰과 갈등을 부채질하는 정치적인 제스쳐입니다. ‘내로남불’이 그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뉴욕 경찰 유니언 관계자들이 Blue Lives Matter라고 페인트 칠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정의로운 일 하겠다고 부당한 방법을 쓰면 불의한 사람들의 언행을 정당화 시켜주게 됩니다. 대통령이나 뉴욕 시장이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방지와 리오프닝이 되면서 생업이 살아나는 일에 집중하기를 바랍니다.
사람 살리는 일이 모든 것에 우선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은 나라 정책으로도 바꾸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 바닥에서부터 바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며칠 전 우리교회 토요 급식 프로그램을 돕겠다며 뉴욕 여러 곳에서 급식프로그램을 잘 하고 있는 흑인, 히스패닉, 백인목사들이 줌미팅으로 모였습니다. 우리 교회 급식프로그램은 한인들만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인종과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려는 것입니다. 본질적 변화를 이루려면 ‘풀뿌리’(grassroot)에서 변혁이 일어나야하니 현장에서 실제적인 사람 살리는 일로 만나고 협력해야 합니다.
오래전 존 루이스에게 누가 질문했습니다. “60년대 인권운동에 참여할 때 언제인가 당신이 연방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말을 했으면 뭐라 답했을까요?” 루이스는 “정신없는 소리마라. 불가능한 일이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17선 국회의원이 된 것만이 아니라 세월이 흘러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새역사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길을 포기하지 않고 찾는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은 카이로스 역사를 이루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