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깨어있는 종들이 복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주에 졸다가 렙탑 컴퓨터를 물에 빠뜨리는 바람에 수리를 맡겼습니다. 참 어이없네요. 내 개인의 것은 물론 목회자료들이 그 컴퓨터 안에 들어가 있는데 다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난 주 목회수상에 신학교 논문들과 40년 설교 다 버렸다고 한 그 사건보다 훨씬 큰 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너무 어이가 없다 보니 신기하게도 왠지 초연하게 됩니다. 물론 잘 고쳐져서 자료가 회복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다 사라져 버리면 제 인생 엄청 불편하고 피곤해 질 것입니다.
예수님이 “너희 보물 있는 곳에는 너희 마음도 있으리라.”(누가 12:34) 하셨습니다. 내게 보물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왠지 마음이 편해집니다. 내 보물이 컴퓨터에 들어가 있는 내 목회자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보물은 아직 성경을 볼 수 있는 멀쩡한 눈이고 하나님 음성 들을 수 있는 마음입니다. 아직 새벽에 일어나 하나님 말씀 증거할 수 있는 건강이 있고 목소리는 그래도 생생합니다. 정말 컴퓨터 잘 고쳐지면 감사하지만 그 안에 있는 것들은 내 보물이 만들어 낸 열매들일 뿐이지 목회에 필요한 열매를 낼 수 있는 내 보물은 아직 쓸모 있습니다.
기도할 때 마다 빠뜨리지 않는 내용이 “하나님, 이제 제 목회 후반전 막판입니다. 주님이 가나의 혼인잔치 기적 일으켜 주신 것처럼 이전 것보다 이후의 것 더 좋은 것 내놓게 해주세요.”입니다. 지난 코로나 기간동안 제 인생에 일어난 것들을 생각해 볼 때 하나님이 새롭게 하시고자 하시는 강한 뜻이 있다는 깨우침이 옵니다. 바닥에 내려가게 하셔서 잘 보이게 하시고 잃어버리게 하셔서 새로움을 가능케 하시고 예상치 않은 당황스러운 경험들을 통해서 인생을 다시 배우게 하십니다. 무엇보다 정말 내게 ‘보물’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십니다.
이번 주간 한인교회 리더들과 연합감리교 감독회장이신 토마스 비커튼 감독과의 모임이 후러싱제일교회에서 있었습니다. 저는 연합감리교 한인교회 총회측에서 감독회장과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모임을 주선한 것이고 뉴욕연회 본부가 코로나로 인해 오픈을 안하니 후러싱제일교회에서 모여야 했고 식사대접을 하는 책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 모임을 방해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히기도 했지만 저에 대한 근거 없는 정치적인 뒷담화에 ‘웃프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비커튼 감독께서 안부를 묻는 말에 제 대답은 “그냥 목회만 열심히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합니다.”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9번의 설교를 하고 7번 각기 다른 설교를 준비해야 합니다. 목회가 어찌 설교만 하는 것일까요? 한인교회 목사가 목회 기본을 해내는 것 자체가 보통 힘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교단문제라는 것이 시간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고 인간 관계들 망치고 각종 사실이 아닌 말들을 만들어 내게 만듭니다. 좀 신나는 일로 바쁘고 싶은데 어렵네요.
지난 주간 월요일에는 한미수교 140주년 뉴욕포럼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디아스포라 이민교회에 대해 그래도 제가 그런 발표해야 한다고 주최측에서 하니 못 이기는 척 하고 했지만 사실 제 관심 분야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기뻤습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뉴욕 주의회에서 아시안 역사를 학교에서 가르치는 결의안이 통과되게 하기 위한 대회가 있었는데, 이민자보호교회에서 제가 고문이니 다른 정치인들과 함께 결의안 지지발언을 하라고 해서 정말 사양하고 싶었지만 순종했습니다. 3시간 넘게 단상에 올라가 앉아있는 것이 얼마나 어색하고 불편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것이 내가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힘들고 불편해도 행복합니다. 그런데 교단 분리문제로 좌우사방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역할하지 않는다고 함부로 하는 소리 들어내는 것 참 재미없습니다.
정말 나를 기쁘게 하는 ‘보물이 무엇인가요? 저는 정말 이 어려운 때 교회가 부흥하는 것 보고 싶습니다. 내 목회만이 아니라 교단 전체가 어려우니 내가 할 수 있는 영역과 능력안에서 다른 교회들과 연대하고 연합해서 함께 부흥성장하는 것이고 젊은 목회자들 잘 목회하도록 돕는 디딤돌과 징검다리가 되고 싶은 것입니다. 오늘 저녁부터 젊은 목회자들이 우리 교회에 모여 ‘설교와 목회 Re-setting and Re-formatting’ 세미나를 합니다. 비용 절약하기 위해 교회에서 민박합니다. 솔직히 일주일 내내 바쁘게 돌아가는 것 지켜내기에 저도 이제는 버거운 나이 이지만 행복합니다. 이런 것이 저의 보물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함께 세워가는 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합니다.
지난 주일 설교원고 다 버리고 컴퓨터는 망가지고 난 후 새벽에 기도하는데 갑자기 힘이 솟아올랐습니다. 어느 수필가의 말처럼 “바닥에 이르니 올라 갈 길만 남았고 앞뒤가 막히니 찾아 갈 길만 남았네”입니다. 가지고 있는 것 가지고 오물락 조물락 하는 인생 그만하고 다시 보다 넓고 깊고 멀리 내다 보는 생각을 하나님이 주셨습니다.
여러분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얼마 후에 한국감리교회와 연합감리교회 감독회장들은 물론 교단 책임자들이 선교협의회로 모이는데 저도 초대를 받았습니다. 새벽기도 시간에 하나님이 생각을 주셨습니다. 저는 그냥 동네 교회 목사이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교회들이 다 어려운 때 그래도 교단을 통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을 생각나게 하셨습니다. 성령은 인간의 무기력한 현실에 기도를 포기하지 않고 주님 약속을 믿는 자들에게 임합니다. 세상의 위기가 하나님 나라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어려운 이 때가 전도와 선교의 황금기가 될 수 있습니다.
깨어서 하나님 보여주시는 것 보고 깨닫게 하시는 것 깨닫게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