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와서 받은 축복이 잘 걷게 된 것입니다. 전에는 1마일 걷는 것도 힘들었는데 보통 4마일 걷고 코로나 때는 10마일씩 걸었습니다. 10년 전 처음에는 Fort Totten(예비군/경찰/소방대원 훈련소) 들어가기 전에 있는 공원 1.5마일 걸었는데 어느 날 보니 일반인들도 훈련소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4마일씩 걷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 때 Jones Beach에 가서 10마일 걸었습니다. 요즘은 교회 근처 Bowne Park에 가서 새벽기도 끝나면 30분씩 걷고 들어옵니다.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여행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요한의 형제 야고보 사도를 기념하는 ‘야고보 순례의 길’(El Camino Santiago)입니다. 전체 800Km의 거리 다 걸으려면 한 달은 넘게 걸리는 길이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다녀 온 친구가 “고민하지 말고 준비한다고 난리 치지도 말고 그냥 가!” 하는 말에 용기를 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마지막 100Km를 6일 예정으로 다음 주일 예배 마치고 다녀오려고 합니다.

여러 번 800Km 한 달 여행길을 다녀온 친구에게 언제 나도 데리고 가라고 부탁을 했는데 또 홀로 다녀오기에 제가 화를 냈더니 “그 길은 같이 가도 혼자이고 혼자 걸어도 같이 가는 길이야. 그리고 그분(하나님)하고 걸어야 하는 길이야” 합니다. 일단 용기를 내어 100Km에 도전합니다. 교인들 열심히 일하는데 목사 놀러 간다 불평 듣지 않으려고 교회 중보기도팀 기도제목을 가지고 갑니다. 제가 그 순례의 길 걸으면서 기도하기를 바라는 기도제목 있으신 분들 기도제목을 주시면 가지고 가겠습니다.

“야고보 순례의 길은 산티아고에 가깝게 가는 것이 아니라 그대 자신에게 가까이 가는 길이다”라고 합니다. 제가 뉴욕에 와서 잘 걷게 되면서 받은 은혜가 나 자신과 많이 친해진 것입니다. 하루 종일 자기 자신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올 때 자기 영혼의 소리를 듣게 된다고 합니다. “당신은 발자국 옮기는 사이의 침묵을 통해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Pilgrim reflection, 2018)

감사하게도 목회협력위원회에서 저에게 3개월 안식월을 가지도록 작년에 결정했지만 주어진 휴가도 그동안 안 했고 안식월은 아직 생각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집회 인도하러 주일 비는 날이 적지 않기 때문이고 휴가를 갈 수 없는 교인들 생각하면 휴가 간다는 것이 언제나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비밀이지만 솔직히 목회가 그리 힘들지 않고 교회에 그냥 있는 것도 재미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뉴욕에 살다 보니 다른 곳에 가고 싶은 생각이 크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래전 철저하게 안식년을 지키고 유럽 자전거 여행, 히말라야 등반 등 여행 잘하는 한국 향린 교회에서 은퇴하신 조헌정 목사님에게 나는 안식년은 말할 것 없고 휴가도 잘 안 간다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낸 적이 있습니다. “김목사 그거 잘하는 거 아냐. 그리고 어떻게 자기만 생각해? 그렇게 목회하면 후임목사 목회 어려워져!”

올해 우리 교회 ‘희년’(Jubilee)입니다. 안식과 희년, 하나님 은혜의 해 선포는 영과 육의 건강한 삶,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모든 묶인 것들 풀어주고 새롭게 살아갈 소망과 은혜를 이웃과 나누는 하나님의 기쁨을 살라 하시는 하나님 명령입니다.

이번 순례의 길 여행을 통해 나 자신과 하나님께 가까이, 그리고 내 영혼의 소리를 가깝게 들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