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은 제 인생에서 중요하게 기억될 것입니다. 12월 2일 밤, 365일 말씀묵상집 원고를 출판사로 보냈습니다. 이를 위해 마지막 한 달 동안 무리를 했는데, 새벽에 한국에서 계엄령이 내렸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 연락하며 정신없이 지내다가 결국 건강에 적신호가 왔습니다.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건강 문제는 잘 조절되었고, 계엄령은 바로 해제되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느라 잠을 쫓으려고 커피를 다섯 잔이나 마셨는데, 그 이후로는 단 한 잔도 마시지 않고 있습니다. 간식은 달고 기름진 것에서 벗어나, 평소 잘 먹지 않던 당근과 샐러리를 먹고 있습니다. 땀을 흘리며 국물까지 마시던 습관도 버리고, 이제는 젓가락으로 건져서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의 매일 교회 가까운 공원에서 30분씩 걷고 있습니다.
말씀묵상집 제목은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365일 말씀묵상’입니다. 내년 1월 2일 출판되지만, 운송 관계로 1월 말에나 오게 될 것입니다. 원고를 보내고 책 제목을 정하지 못해 고민하던 중, 새벽기도 시간에 기도하는 교인들이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모두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창세기에 보면 저녁이 지나고 아침이 되는 것이 하루입니다. 우리는 모두 긴 밤이 지나고 새벽이라는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잠깐이었지만 건강에 위기를 느꼈던 그날 이후, 인생의 우선순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내려놓고 있습니다. 관계와 관심사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 한어회중 창립 50주년을 준비하면서도, 교인들의 신앙에 도움이 되지 않을 과시와 가시적인 행사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말씀과 기도로 신앙의 성숙과 발전을 이루는 프로그램에 집중할 것입니다.
책을 내기 위해 한 가지에 집중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말씀묵상 하루는 기본적으로 설교 하나를 요약한 것입니다. 즉, 30분 설교를 3분으로 줄이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은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감히 불필요한 부분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두 가지를 염두에 두었습니다. 꼭 들어가야 할 것은 무엇인가? 꼭 안 들어가도 되는 것은 무엇인가? 군더더기가 많으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인생도 그렇고 목회도 그렇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제가 전한 설교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설교를 들어준 교인들에게 감사했습니다. 설교는 설교를 듣는 교인들이 허락하고 용납하는 만큼만 영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혼자 설교하지 않습니다. 강단에서 제가 혼자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교인들과 대화하고 있습니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과 설교자가 만난 하나님 이야기, 그리고 성도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러니 저를 설교자로 인정하고 신뢰하여 하나님과의 만남의 자리에 함께해주신 모든 교인들에게 큰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40여 년간의 설교를 다시 읽으며, 저와 함께하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많이 느꼈습니다. 시카고에서 애틀랜타, 그리고 뉴욕의 오늘까지 함께했던 교인들의 사랑과 헌신이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또한, 목사로서 많이 부족한 저를 기다려주고 기대하며 기도해주신 교인들을 생각했습니다. 감사 그리고 또 감사입니다.
지난 성탄주일 오후 크리스마스 프로그램에서는 어린아이들과 그 부모,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온 세대가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기뻐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위로’를 기다린 시므온 세대와 새로운 세상의 주역이 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함께한 것입니다. 여기에 고마움과 소망이 있습니다.
2024년이 이제 지나가고 새해가 옵니다. 우리 모두가 오직 은혜와 감사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믿음과 소망으로 새해를 맞이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