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절을 맞은 우리는 지난 한 주간 이사야서를 묵상했습니다. 이사야는 무너진 땅 위에서도 하나님께서 새 일을 시작하신다고 선포합니다. 밑둥 잘린 그루터기에서 싹을 돋게 하시고,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며, 사막에 샘을 내시는 하나님에 대한 그 말씀은 오늘 우리가 이민자로 살아가는 이 뉴욕에서도 절실합니다. 불안과 긴장이 커지는 미국 사회, 이민자를 향한 나라 정책이 날카로워지고 경제는 얼어붙어 가는 현실 속에서 세상은 흔들리지만, 하나님은 무너진 자리에서 새 생명을 일으키신다고 하는 이 말씀이 참 기쁜 소식, 복음입니다.
예수님이 걸으셨던 팔레스타인 땅에도 평화는 요원하고,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끝나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도, 저 멀리 성경의 땅에서도, 샬롬(Shalom)은 여전히 기다림의 이름입니다. 대강절은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뉴욕에서 살아가는 이민교회는 이사야의 평화 비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이민자들을 위협하는 정책이 강화되는 시대, 교회는 이민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피난처가 되면서도, 동시에 이 땅에서 책임 있게 사는 기독교 시민정신(Christian civility)과 사회적 책임을 훈련하는 학교가 되어야 합니다. 미국 복지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요즘 이민자들을 타겟으로 삼는 현 정부의 반이민적 정책 속에서, 교회는 은혜와 정의를 균형 있게 세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후러싱제일교회는 이사야의 비전 실천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강절 동안 진행하는 가자 전쟁 피해 어린이 돕기 동전 모으기는 이 시대 힘이 없어 언제나 당하기만 하는 ‘지극히 작은 자’로 그리고 끊이지 않는 고난의 역사를 살아내야 한 그들에게 하나님이 잊지 않으신다는 메시지를 나누고자 하는 것입니다. 또한 올해 완공을 목표로 했던 쿠바 교회 건축과 내년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라오스 여성 자립·평화 센터 프로젝트는, 무너진 땅에 다시 소망을 세우는 선교입니다. 교회가 세상의 평화를 위해 참여하는 선교, 그것이 바로 이사야가 바라본 하나님의 꿈이며 우리가 부름 받은 자리입니다.
경기가 계속 어려워지면서 올해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었습니다. 교회의 급식프로그램이 단순한 음식 재료 나눔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실제로 흘러가는 중요한 통로라는 것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살아가는 이웃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양식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지 매주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올해 여러 차례 진행된 바자회 또한 지역사회를 향한 교회의 사랑을 실제적 구제로 이어가는 은혜의 통로였습니다. 성도들이 정성을 모아 만들고 마련한 음식과 물품 하나하나가 지역의 어려운 가정과 선교지에 흘러갔습니다. 우리의 작은 손길들이 모여 큰 강이 되듯, 바자회는 지역사회와 세계 곳곳에 하나님의 평화가 스며들게 하는 귀한 사역이 되었습니다.
뉴욕이 세계 최고의 도시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외로움, 경제적 압박, 언어의 장벽, 신분 문제,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때로는 몸이 아프고, 마음이 부서지고, 세상 어디에도 자신을 온전히 받아줄 자리가 없다고 느낍니다. 그렇기에 교회는 아픈 자에게는 치유의 자리, 지친 자에게는 쉼의 자리, 낯선 땅에 선 자에게는 품어주는 자리, 소외된 자에게는 따뜻한 복음의 품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더 많이 위로하고, 더 많이 경청하고, 더 많이 함께 울고 더 많이 나누고 섬겨야 합니다.
뉴욕에서 다시 읽는 이사야는 오늘 우리에게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