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기도해 주신 덕분에 ‘산티아고 길 순례’ 마지막 100km를 5일간 마쳤습니다. 전체 800km 걷는 것인데 저는 이번에 마지막 부분만 걸었습니다. 야고보 순교가 아니라 순례의 길입니다. 수년 전부터 가까운 사람들이 800km를 완주하는 것을 보고 참 대단하다 여기고 부러워만 하던 중 모두 “고민하면 못해요 그냥 가요” 하기에 용기를 냈습니다.
하나님을 깊이 생각하며 걷는 길이라는데 저는 별로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내와 같이 걸으니 다치거나 기와 근력이 모자라 중도 탈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고 먹고 마시는 것 의견차이로 아내와 신경전 벌이는 일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 종일 5일 동안 걸어보기는 처음이라 힘들어도 좋았고 기도 제목을 마음에 품고 걷는 것이 새삼 행복했습니다.
순례길 떠나기 전날 덴버에서 왔다는 80세가 족히 넘었을 남자 두 분이 “출발점이 어디죠?” 묻기에 제가 “앞서가는 순례자들 따라가면 돼요. 그리고 출발점은 언제나 당신이 길 떠나는 그 자리예요”하고 내 말에 내가 감동받았습니다.
순례길에 노년들이 많은 것이 놀라웠습니다. 오르막길 힘겹고 내리막길 더 힘들었습니다.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걸으니 사람 뒷모습만 보여 사람 외모로 판단하는 일 없는 것이 좋았습니다. 걷는 길 지나칠 때 ‘엘 까미노’라 인사하는데 “같은 길 가는 길동무여 좋은 여행!”하는 것 같아 가슴 뭉클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모두 한길 가는 길동무입니다.
발소리만 들려야 하는데 난 힘겨워 숨소리가 너무 컸습니다. 길가에 온통 밤나무라 열심히 많이 주워 무거운 짐이 되었습니다. 스페인 농가를 지나는 길 낭만적이고 평화로운데 소똥 퇴비 냄새가 따라와서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루는 계산 착오로 31Km를 걸으며 아내 배낭까지 짊어져야 할 상황이 생겨 엄청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진땀을 흘렸는지 몸속에 있는 나쁜 것들이 땀 흘림과 좋은 공기 호흡으로 다 빠져나오는 것 같고 뱃살이 줄어든 것 같아 좋았습니다.
800Km 완주한 친구가 “생각을 멈추고 자기를 잃고 걷다 보면 그분이 말씀할꺼야” 충고하는데 나는 생각도 느낌도 참 많았습니다. 겨우 100km 걷고 뭔 깨달음이 매일 그리 많으냐고 또 다른 친구가 한마디 하기에 평생 매일 깨달음을 나누는 삶을 살아온 직업병이고 득도와 해탈은 찰나에도 있는 것 아니냐 했습니다.
해 뜨기 전 어두울 때 앞에 길 가는 사람이 고맙고 나무 타는 냄새 정겹고 땅에 떨어져 발효되는 사과 향기에 취하고 땅에 떨어진 밤을 까먹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야고보가 앞서 오래전 주님과 동행한 길 비록 단축된 순례의 길 걸었지만, 예수 동행 감사와 은혜가 넘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