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 새벽기도회 본문이 레위기와 시편이었습니다. 한동안 레위기는 이 인간은 이래서, 저 인간은 저래서 죽이라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황당했습니다. 반면에 시편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하나님이 도우시고 구원하시는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솔직히 사람 죽이라는 말씀은 물론이지만 아무리 좋은 말씀도 매일 새벽에 반복해서 설교한다는 것이 답답하고 좀 빨리 진도 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제 새벽기도 시간 이런 깨달음이 왔습니다. 히브리 민족공동체가 수 천년 하나님과 동행한 이야기를 담아낸 말씀을 급하게 함부로 판단하는 것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나라를 잃어버리고 2천년 동안 디아스포라로 흩어지는 역사를 살아내면서 그 중심에 ‘하나님 말씀’ 붙잡고 결국에는 오늘날 세계 최고 뛰어난 민족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구약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에 쓰여졌고 적은 분량의 신약이지만 기독교 2천년의 역사, 그 ‘책’이 있어 오늘 기독교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 그 분이 부활하시고 살아 계셔서 지금도 잃은 영혼을 살리고 인류 구원 구세주이심을 증거하는 그 ‘책’의 말씀을 겸손한 심령으로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코로나 이후 교회 회복과 부흥이 중요한 화두로 던져지고 있습니다. 뿌리와 날개를 생각합니다. 얼마 전 뉴욕연회 ‘회복과 부흥’에 대한 모임에서 한마디 하라고 하기에 한인교회의 새벽기도와 십일조 영성을 말했습니다. 말씀과 기도의 반석위에 세우지 않으면 교회가 건강하게 부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 ‘안된다 어렵다’고 말하고 있는 이 시대의 흐름에 교회는 매몰되지 말아야 합니다. 랍비 조나난 색스가 쓴 ‘오경 읽기 영성강론’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히브리 성서에는 비극을 뜻하는 단어가 없다. 왜냐하면 유대교는 불가피하거나 맹목적이거나 변경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성서는 인간의 자유와 선택을 지지한다… 탈무드는 “만일 날카로운 칼이 당신의 목에 닿았더라도, 기도를 중단하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좋은 운명을 위해 기도하지만, 운명론과 타협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령의 역사 역시 사람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주님 약속믿고 기도하는 공동체에 임했습니다. 지금은 더욱 깊이 신앙의 기본에 뿌리내릴 때입니다.
그런가 하면 날개를 활짝 펴고 멀리 보고 높이 날아야 할 때입니다. 8월 초와 중순에 뉴욕과 애틀란타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서 제가 발표해야 할 주제가 하나는 “디아스포라 이민교회의 현실과 미래”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감리교/연합감리교/세계감리교 한반도평화를 위한 연대”입니다. 발표를 준비하다가 웃음이 나왔습니다. 왜 나에게는 이런 거창하면서도 황당한 주제 발표가 항상 주어지는 것인지 어이가 없어서 입니다. 문제는 이런 주제 발표를 부탁 받으면 못한다고 사양하지를 않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 수십년 끊임없이 생각하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이 분야에 공부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 20여년 매주일 공적인 예배와 기도회 설교를 10번은 해야 하는 목회를 했기 때문에 솔직히 하루 하루 버텨내기도 벅찬 목회를 해왔습니다. 그러니 내 목회 울타리를 넘어가는 주제를 가지고 발표를 한다는 자체가 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저는 줄기차게 기회가 주어지면 사양하지 않고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요한 웨슬레의 후예되는 우리 감리교 목사에게 주어지는 신학적 과제와 사명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후 회복과 부흥을 생각할 때 하늘을 높이 나르는 날개를 활짝 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늘 푸르고 철 따라 열매 맺는(시1편) 교회가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목회를 하면서 힘든 것이 기본적으로 교인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필요 그리고 ‘내 교회’를 위한 일에 목사가 전념하기를 바라는 욕구입니다. 그런데 목사가 여기에 빠지면 교회가 감리교회 되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난 너에게,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와 잊혀지지 않는 뿌리를 주고 싶어.” (Rolando Yñigo)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 뿌리와 날개입니다. 교회 회복과 부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도 깊은 믿음의 뿌리와 하나님의 꿈과 비전으로 높이 멀리 날으는 성령의 날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