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답이 나오지 않는 난세를 이해하기 위해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꼭 봐야 한다고 해서 한국에 부탁을 하고는 유튜브로 번역자 김원중 교수와 유시민 작가의 대담을 보았습니다. 황제와 영웅호걸을 다루기도 했지만, 실력이 있고 의로운 사람이지만 억울하게 죽어야 했던 인물들,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으면서 성공한 악인 등 다양한 인간에 대한 기록을 담은 방대한 책 이야기를 2시간 재미있게 해석하는 대담을 들으면서 빨리 책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사마천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를 큰 틀을 통해 보면 하늘의 뜻이 있고 결국은 선하고 의로운 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헛되지 않다는 말이 마음에 울려왔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그 당연한 진리가 믿어지는 것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답을 줄 수 없는 고난과 고통의 문제, 되돌릴 수 없는 삶의 현실, 못된 인간들이 잘되고 선한 사람들이 어려움 당하는 현실, 믿음 잘 지킨 교인들이 당하는 억울한 일들… 참 많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소망, 믿음을 설교합니다. 요한 웨슬리가 말하는 것과 같이 내가 믿어질 때까지 설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문제의 답은 언제나 단순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예수가 구원하시고 성령이 도우시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욥이 그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도 결국 고백하는 것처럼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욥기 23:10) 이것입니다. 예수 믿고 죽으면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져 천국 영생을 누리고 부활의 승리를 이루는 것입니다. 답은 물론 간단하지만 매일 이 답을 가지고 삶을 살아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매일 십자가 보혈의 은혜를 사모하고 성령의 인도를 의지할 뿐입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지혜롭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마천의 ‘사기열전’과 같은 좋은 책을 읽는 것이고 삶과 죽음 그리고 영원한 생명에 필요한 것은 성경을 읽고 말씀을 믿는 것입니다. 저는 요즘 목회 초년생의 마음이 되니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기뻐합니다. 새벽기도 전 커피 냄새 살짝 나게 해서 타 먹는 미숫가루가 맛있습니다. 찾아와 밥 먹자고 하는 친구들이 반갑습니다. 한 주에 기본적으로 거의 10번 설교하는 것도 “내가 설교하는 기계냐?” 불평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사명이 늘 감사합니다.
설교하면서 교단이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거론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니 하나님 말씀과 예수 이야기에 집중해서 좋습니다. 교인들 눈치 보지 않아도 될 나이가 되니 마음이 편합니다. 작년 이후 교단 모임은 물론 동네 모임도 처신하기 조심스러운 곳은 가지 않으니 나를 위한 시간이 넉넉해 졌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앞에 나서야 하는 모임에는 가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냥 사람이 사람이면 되는 만남을 통해 새로운 동무들을 사귀게 되어 좋습니다.
오래전 제가 김지하 선생님 강연을 듣고 만나서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선배님 혹시 장일순 선생님과 관계가 있으신가요?” 자신의 스승이라 하시면서 제게 ‘빈터에 바람’이라는 글이 담긴 서화를 주셨습니다. 요즘 비움의 중요성을 많이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성령의 바람이 불어 올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