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합니다. 한 달도 넘게 심하던 기침이 마음의 부담이었던 일을 마침내 끝내면서 수그러들기 시작했습니다. 올해가 창립 50주년이기에 후러싱제일교회 한어회중 창립 목사이신 김병서 목사님께 오랜만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기뻐하셨습니다. 몇 년 전, 50주년까지 살아 계실지 모르겠다고 하시기에 찾아 뵙고 교회에 남기고 싶은 말씀을 녹화했었습니다. 50주년 행사에 꼭 참석하고 싶다고 하셔서 10월까지 기다리기보다 날씨가 풀리면 먼저 모시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창립행사에 대해 묻는 분들에게 저는 특별한 큰 행사는 없다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 년 내내 진정한 ‘희년’의 기쁨이 교회에서 샘물처럼 흘러나와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생수의 강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수님 ‘희년목회 선언’(누가복음 4:18)은 “성령이 내게 임하사”로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시고 “내 양을 쳐라” 하신 것과 같이, 어떤 일이 아니라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창립 50주년이 단지 행사로 분주한 교회가 아니라 성령이 임하시고 예수님 사랑의 회복이 이루어지는 은혜의 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2월 2일 주일에 있을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365 말씀묵상’ 출판기념회를 희년의 첫 행사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 책은 후러싱제일교회 주일 강단에서 했던 지난 10년간의 설교를 모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교는 설교자 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설교를 하나님 말씀으로 인정하고 들어주는 교인들이 있어야 가능하며, 또한 설교는 허공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외쳐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후러싱제일교회 교인들과 저, 우리가 함께 만든 것입니다.
교회의 역사의 중심은 매주일 드려지는 예배입니다. 개신교 예배의 중심에는 하나님의 말씀 선포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친교시간에 각 테이블이 그 주일에 선포된 말씀을 가지고 삶의 실천을 나누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가까운 사람들끼리 반갑게 만나는 것은 누구나 좋아할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가까운 사람들끼리만이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 혼자 있는 사람을 찾아가 인사하고 환영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진정한 교회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친교 테이블이 말씀 나눔의 자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30여 년 전, 중국의 지하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허술한 창고 같았지만 마당에 들어서니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서로 기도해 주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예배를 드리는데 찬송가 없이 외워서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목사인 것을 비밀로 하고 방문했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뒤에 앉아 있는 저에게 와서 머리를 숙이고 안수기도를 받기를 원했습니다. 선교사에게 물어보니, 오랜 기간 안수 받은 목사가 찾아온 적이 없어서 기도해 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선교지에서는 간절한 기도 가운데 아픈 자가 고침 받고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제 목회 스태프 회의에서 올해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교인 전체가 행복을 찾는 일 하나씩을 하도록 제안했습니다. 제가 40여 년 전 개척했던 교회에서 주일학교 어린이 10여 명과 함께 수양회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밥을 같이 해먹고, 아침에 숲속을 걷고, 낮에는 작은 대나무에 줄을 달아 낚시를 하고, 밤에는 캠프파이어를 했습니다. 당시의 아이들이 지금은 모두 성인이 되었지만, 그때의 이야기를 아직도 한다고 합니다. 올해는 정말 행사로 바쁘지 말고,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함께 교회를 통해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