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저녁 친구목사님의 은퇴예배 설교를 하러 애틀란타에 갑니다. 세월의 흐름에 담긴 아픔과 은혜가 교차합니다. 신용철 목사님은 제가 처음 애틀란타에 가서 목회 많은 배움과 도움을 받은 분입니다. 당시 애틀란타에서 예배당 건축을 가장 먼저하고 감리교 부흥을 이끌어내는 리더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좋은 후임자를 세우고 일찍 은퇴를 합니다. 떠나는 목사가 교회에 남기는 최고의 선물은 좋은 후임자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하나님 큰 은혜이고 복입니다. 굳이 먼 길 뉴욕에서, 그럴 것 없이, 그 지역에 있는 목사가 설교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해도 되지만, 사랑하는 친구의 은퇴와 더불어 저와 사역을 함께했던 이준협 목사님이 후임으로 세워지는 감사하고 기쁜 예배이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들이 마음에 크게 느껴집니다. 1997년도에 제가 애틀란타 목회를 시작할 때는 이민초기 교회를 개척했던 목사님들이 은퇴를 시작하시는 때였습니다. 그래서 저와 비슷한 40대 초반 목사들이 나름대로 안정된 교회를 이어받아 목회를 했습니다. 당시 애틀란타 한인커뮤니티는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이후 급격한 인구증가로 교회들이 급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젊은 목회자들이 교단을 초월하여 교회 부흥을 위한 공부 모임에 열심이었습니다. 우리보다 연배가 위였던, 지금은 KWMC(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직을 맡고 계신 이승종 목사님이 형님역할을 하다 샌디에고로 목회지를 옮기셨습니다. 그리고 남았던 그룹 가운데 고(故) 정인수 목사님 이 먼저 천국으로 떠나셨고, 권영갑 목사님이 온두라스 선교사로, 미주성결교단 총무를 지낸 박승로 목사님이 한국 이작도 섬으로 목회하러 가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뉴욕으로 왔고 이제 신용철 목사님 은 은퇴를 합니다.
돌이켜보면 20여년전 애틀란타에서 좋은 목사들과의 만남은 다시 얻기 쉽지 않은 하나님 의 큰 선물이었습니다. 우리는 교회부흥의 기쁨을 함께 누렸습니다. 애틀란타에서 처음으로 교인 1,000명대를 넘어 3,000명 교세를 넘어간 것이 고(故) 정인수 목사님이 목회하신 연합 장로교회 입니다. 그 뒤를 제가 섬기던 아틀란타 한인교회가 따라 갔습니다. 교단은 달랐지만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아름다운 선한 경쟁을 하면서 서로를 도왔습니다. 본인이 하기 힘든 말이 있을 때는 제가 그 교회에 가서 임원수련회를 인도했고, 내가 필요한 때에는 정목사님이 와서 도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이간질을 하려고 해도 우리의 끈끈한 동지애를 깨지 못했습니다. 교회 협의회도 서로 서로 협력을 하다보니 동포사회를 이끌어가는 존경받는 교협이 되었고 대통령 표창도 받았습니다.
제가 2015년에 뉴욕에 와서 목회를 시작한 지 1년 안되었을 때 정인수 목사님이 뉴욕에 와서 제가 목회하는 것 보더니 “아이고, 그리 잘난체 하고 떠나더니 이리 고생하는거야? 빨리 잘못했다고 하고 돌아와. 그냥 우리하고 다시 같이 살자”고 놀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내게 그런 말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선교지 방문하고 돌아와서는 서둘러 하나님 곁으로 갔습니다. 제가 오늘 저녁 애틀란타 간다고 했더니 애틀란타에서 교회 목회와 더불어 치유 상담 목회를 하는 지관해 목사가 어제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정호형, 샬롬! 교회 프로그램이 있어서 내일 저녁 못뵐 것 같아요…. 저는 못 만나시더라도 조규백 목사가 아픈 것 같은데 꼭 기도해주고 가시기 바랍니다.” 마음이 짠했습니다. 모두 다 교단이 다른 친구들입니다. 애틀란타에 살기 전에는 전혀 모르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너무 고맙기만 합니다. 애틀란타를 생각하면 오래 전 천국 가신 선배 어른 박성용 목사님이 생각납니다. 박 목사님이 목회자 모임에서 설교를 하시다가 ‘동백아가씨’를 부른 전설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동백아가씨’를 구성지게 뽑고 난 후 이민목회는 떠난 사람 기다리다 시퍼렇게 가슴이 멍드는 목회를 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제게 목회는 송대관이 부른 ‘인생은 재방송 안돼 녹화도 안돼’의 가사 같습니다. 어제 잘한 일이 오늘은 아니기도 하고 오늘 이거다 하면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직 하나님 은혜를 의지할 뿐입니다.
때가 되면 너도 가고 나도 가야합니다. 나도 은퇴할 날이 멀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하나님 부르시면 천국으로 여행갈 것입니다. 삶도 목회도 그러기에 신비로움이 있고 늘 하나님 열어주시는 은혜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주어진 길 가는 것입니다.
옛날 노래에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이라 했는데 저는 세월이 가도 사랑은 남는 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운 옛 친구들이 있는 애틀란타에 하루 잘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