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성 모란각에서 냉면을 먹었습니다. 하와이에서 온 이성현 목사는 비빔냉면을 시키고 저는 물냉면을 시켰습니다. 은근히 비빔냉면도 먹고 싶었는데 비냉 사리를 이목사가 내게 주고 내 물냉면 사리를 가지고 갑니다. 오랜 친구는 말을 안해도 속내를 아는 것 같습니다. 남가주 원로목사회 어른들과 식사를 하는데 10여년 전 은퇴하신 김광진 목사님이 “김목사가 좋아할 것 같아 가지고 왔다.”하시면서 집에서 키워 말린 곶감 한 봉투를 주십니다. 은퇴하신 후 처음 뵙는데, 아주 오래전 사모님이 감 말린 것을 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좋아하던 것을 기억하신 것입니다. 80세 넘어 90세 넘으신 선배어른들, 언제 만나도 옛날 기억을 나누며 반갑고 즐겁습니다.
기쁨, 소망, 사랑과 평화의 빛이 밝아지는 아기예수 오심 기다리는 대강절입니다. 온 세계가 밝아지는 이 절기 우리네 마음이 작게라도 사랑으로 나누어져야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예수님 모시기 위해 닫혀있고 더러워진 내 마음의 방을 깨끗하게 해야 합니다. 며칠 출타하고 돌아오니 제 사무실에 대청소가 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기간 거의 청소를 안해서 제 방에 손님이 들어오기 난감했었습니다. 대청소를 하신 분이 몇가지 주의사항을 말씀합니다. “사무실에서 밥 먹지 마라. 사무실을 창고로 만들지 마라. 옷은 꼭 필요한 한 두 벌만 사무실에 놔둬라….”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네 사무실이 돼지 우리냐? 쓰레기장이냐? 너 하숙생이냐? 그런 곳에서 설교 준비가 가능하냐?….” 며칠 동안 밤낮으로 주의를 들었습니다. 누가 대청소를 하셨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번 대강절 기간에 고치고 싶은 버릇이 있습니다. 먹다 남은 것 오래 놔두는 것 이제 안하려 합니다. 오래된 것 먼저 먹느라 새것을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싸다고 필요없는데 많이 사는 것 안하려 합니다. 거의 다 버리게 됩니다. 며칠 전 지난 40년 쌓아놓은 설교 원고를 사무실에서 꺼내어 차고에 넣었습니다. 불에 태우려다 미련이 남아 당분간은 보관하려고 합니다. 40여년 전 보스톤한인교회 홍근수 목사님이 뉴욕에 휴가 가시면서 설교집 내시려고 설교 원고를 차 트렁크에 넣어가셨다가 몽땅 도둑 맞으셨습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입니다. 그 이야기를 하시며 “시원섭섭하다. 그런데 다시 시작할 생각하니 왠지 좋다.”하셨습니다. 다 잃어버려도 다시 시작하는 기쁨이 있는 것입니다.
대강절도 그렇고, 우리교회 한인회중 창립 50주년을 기해 준비하는 ‘희년교회’가 된다는 것도 그것입니다. 노예를 풀어주고 빚을 탕감하고 모두 새로 시작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가난한 자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지고 눈과 귀가 열리고 죽은 자가 살아나는 새로운 소망이 가능한 세상이 도래하는 것입니다. 전쟁에서 평화로, 미움에서 사랑으로, 죄에 짓눌림에서 십자가 보혈 은혜의 자유로 새롭게 되는 것입니다.
올해 저만이 아니라 여러 연합감리교 한인교회 목회자들에게 교단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각각 문제는 다르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지도자들의 마음과 태도에 따라 열매가 달랐습니다. 개체교회와 목회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지도자와 그렇지 못한 지도자의 차이였습니다. 그리고 교회를 주의 몸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부동산이나 정치적인 이해 집단으로 여기는 사람들과의 차이였다고도 생각합니다. 교단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목사인 저 자신으로 부터 순전함(마태 12:18-21, 고전 5:8, 고후 2:17, 약 3:15-16) 회복이 요구됩니다. 교회에서도 꼬여진 마음, 시기와 질투, 불만과 불평, 험담과 헛소문 내는 나쁜 버릇… 이런것들 버리고 하나님을 찾는 순전함과 단순함의 회복만이 교회가 살고 내가 살 길입니다.
아기예수 모실 빈 방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예수와 거리가 먼 것들 버리고 예수 기쁨과 영광을 위한 것들로 채워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