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국 독립기념일에 저는 오전 내내 잃어버린 보청기 한쪽을 찾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셀폰에 보청기를 찾는 레이다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것을 믿고 한 두 시간 헤맨 다음 지쳐서 포기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날 선물로 받은 금속탐지기를 꺼내어 집에 와 있는 딸들에게 찾아달라 부탁을 하고는 사무실에 들어와 설교 준비를 위해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기도를 하고 눈을 뜨는데 갑자기 보청기가 어디선가 툭하고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보청기를 찾은 기쁨보다 내 몸 어딘가에 붙어있는 것을 몇 시간 온 식구가 난리를 치며 찾았던 것이 허탈했습니다. 그러나 찾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제가 영력이 쎈 목사라면 기도하니까 나타났다고 해야 할텐데 몸에 달고 다니면서 금속탐지기와 레이다를 동원해서 찾느라 헤맨 내 모습이 우습고 한심해서 기가 막혔습니다. 그런데 요즘 부쩍 몸에 붙이고 걸치고 있으면서 찾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제 인생에 일어난 변화 가운데 하나가 가만히 앉아 있는 일에 익숙해 진 것입니다. 모든 일 효과 효율적으로 되지 않을 때면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무데도 갈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고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가만히 앉아 나 자신을 다스리는 훈련을 시작했는데 참 좋습니다. 제 평생 이렇게 사람 만나지 못하고 다니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시작부터 목회실도 쉬지 않고 뭔가를 해내느라 애를 썼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부터 저는 좀 뒤로 물러나고 목회스텝들이 각자 알아서 담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어려운 때를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모두 자기가 맡은 목회에 고수들이 된 것 같습니다. 급하게 시작한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급식 프로그램, 예배당 리오프닝 과정, ‘40일 릴레이 느헤미야 기도회’를 포함하여 주일학교 청소년 영어 예배 등 모든 프로그램들이 알아서 돌아가는 것입니다. 어려운 때를 만나니까 교회 어디서도 불평 불만의 소리는 들을 수가 없고, 나누고 섬기고 돕고 귀하게 여기는 모습들이 드러나는 것 같아 감사 또 감사하기만 합니다.
집안에서도 아내와 둘만 살다가 갑자기 아기 낳아야 한다고 딸과 사위가 들어와 집안을 차지하는가 했더니 지난주 부터는 둘째 딸이 나성에서 대륙횡단을 하고 왔습니다. 좋은 것은 며칠이고 공간을 공유하는데 아무래도 젊은 것들에게 양보를 하다 보니 우리 내외는 윗층 방 하나 겨우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고 자식들이라 하지만 손님 모시는 불편함이 있어 어떻게 이것들을 내쫒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우리가 같이 모여 살아본 적이라고는 아이들 대학 가기 전이니 아주 오래 전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가족이 함께 모여 밥먹고 사는 기쁨을 하나님이 허락하셨다는 생각에 감사 또 감사입니다.
지난 수요일부터 40일간 릴레이 느헤미야 기도를 하면서 주일학교 어린이들 중고등부 학생들 영어권 한어권 청년들을 포함한 교인들이 쓴 ‘매일의 기도’를 읽으면서 큰 은혜를 받습니다. 가정도 교회도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나가면서 서로의 귀함을 알게 되고 동지적 애정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욥이 고백한 것처럼 우리는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정금같이 나오는 신앙으로 성숙해 질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교회에 주어진 선물 가운데 하나가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 당하는 이웃들을 돕기 위해 지역사회에 선교의 장을 넓히게 되고 우리가 하는 일이 더 넓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서 교회 왠만한 내용은 모두 이중언어로 내놓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거의 모든 것이 한어와 영어로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영어권 교인들이나 주일학교 중고등부 학생들도 한어권 교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기회가 넓어졌습니다. 정말 감사한 노릇입니다.
급식 프로그램도 장기적으로 하게 되면 우리교회 재정으로 계속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아 중단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던 중 정기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지원의 폭을 확장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급식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기관단체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협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영어 처음 배울 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라는 말 배웠는데 실감이 납니다.
바울이 증거한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롬 5:3-4) 이 말씀이 그 어느때 보다 실감나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