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샴의 법칙이라고도 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몰아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교회가 예수 잘 믿고 예배 잘 드리는 곳이 되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하지 않으면 헛되고 못된 문화와 가치관이 교회에 들어와서 판을 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새벽 기도가 끝나고 어느 분이 “목사님, 이 교회에 얼마나 계실 것인가요?”라고 묻기에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교회에 등록하려는데 교인들 말이 목사님이 오래 계시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요.”라고 합니다. 대꾸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교인 한 분도 “목사님이 감독되려는 목적으로 이 교회에 왔기 때문에 감독 선출되면 금방 떠날 것이라고 말하는 교인들이 있네요.”라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을 감독(bishop)이 될 만한 실력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해 준다면 고마울 따름이지만 감독은 아무나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연합감리교회 감독은 그에 걸맞는 출중한 리더십이 있어야하고 여러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지역총회에서 선출되어야 하는 아주 어려운 자리입니다. 저는 지금 목회만으도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 관심은 후러싱제일교회를 제대로 된 교회 되게 하는 것입니다. 재미나지도 않는 허망한 말은 그만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예배를 방해하고 전도의 길을 가로막는 못된 일들을 하면 안됩니다. 예수님은 성령을 훼방하는 죄는 용서받지 못한다고(마태 12:31-32) 하셨습니다. 교회에서 예수 잘 믿는 것에 관심없는 ‘악화’들이 예수 잘 믿으려는 ‘양화’를 밀어내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목회는 하나님의 자원과 사람들의 필요를 사랑의 통로로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입니다. 교회를 잘 지켜내지 못하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필요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습니다. 그러니 잘 지켜내야 합니다.

30여 년 전 어느날 곽노순 목사님이 “김 목사, 목사는 항상 따뜻하기만 하면 안된다. 가슴이 서늘해지는 하늘의 소리도 말해야 하고 하늘을 보고 자신을 보아 슬피 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지…”하셨습니다. 제가 쓴 글을 평가하시며 “단어가 나열된다고 다 글이 아니야. 쓸 말이 별로 없어서 짧게 썼다고 시도 아니고 길게 늘어놓았다고 수필이 되는 것도 아니야. 남이 읽을 것 신경 쓰지 말고 자기 마음을 읽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해.” 하셨습니다. 또 ‘여백’이라는 글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타인을 감동시키려는 생각은 더러운 것이다. 내가 누구이기에 남을 감동시킨단 말인가? 나는 나일 뿐 정서를 인위적으로 휘저으려 의도해서는 안 된다. 두 사람의 가슴이 열려 공감의 아름다움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하늘이 하시는 일이다….”(‘그대 삶의 먼동이 트는 날’, 다산글방)

오래 전 잘 아는 목사님이 쓰신 책 ‘견고한 고독’에서 인용된 폴 틸릭이 말입니다. “인간은 홀로이다. 그것은 그가 인간이기 때문이다….자기 삶의 한복판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 있는 자만이 자유할 수 있고, 홀로 고독할 수 있는 자만이 스스로 인간임을 천명할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의 위대성이며, 동시에 인간이 지고가야 할 짐이다.”

고독(solitude)과 외로움(loneliness)은 다릅니다. 고독, 홀로 있음은 사람을 영적으로 성숙하게 만들어주지만 외로움은 의존적이고 유아적인 인간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견고한 고독이란 하나님과 홀로 만남을 아는 사람이 가지는 품성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무리를 떠나 홀로의 시간을 항상 지키셨습니다. 저는 교회가 시끄럽고 분주한 것은 외로움을 피해보려는 마음이 비어있는 사람들의 몸부림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은 홀로 있어도 넉넉할 수 있기 때문에 보채거나 시끄럽지 않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무엇보다 함께 하나님의 일을 할 믿음의 동지들이 필요합니다. 다만 믿음의 동지들은 홀로 있음의 견고한 고독을 통해 자기 자신이 어떤 형편에 있어도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며 자유 할 줄 아는 경지에 이르게 된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 위로 받으려는 수준에서 모이는 것은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지 못합니다.

요즘 시간이 귀하기 때문에 시끄럽게 지내는 자리를 가능한 피하면서 살고자합니다. 그런 곳에 다녀오면 나를 잊어 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생각하기도 합니다. 진정한 만남이 귀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던 세상의 울타리도 좁히고 있습니다. 집중의 필요입니다.

예배도 그렇고, 기도의 시간도, 견고한 고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번 7-8월 주일식사를 쉼으로써 많은 고생을 하시던 분들에게는 쉼을 드리고, 쓰레기 줄이는 훈련의 기회로 삼을뿐만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시끄럽고 조급하고 분주함을 내려놓는 계기로 삼으시길 원합니다. 그래야 하나님과 더 가깝게, 깊게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쉬고 비우는 기회가 교회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관심이 모아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도시 텃밭 ‘Go Green 캠페인’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후러싱 만들기 우리교회로 부터’ 캠페인도 시작합시다. 다른 것 아닙니다. 내가 예배드리는 교회를 더욱 사랑하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