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머니(어버이)주일입니다. 평상시 같으면 중고등학생들이 카네이션을 준비하고 어린이들은 노래를 하며 축하할텐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특별한 날의 의미를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가장 큰 피해는 양로원에 계신 연세많은 분들이기에 찾아뵙지 못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세상 떠나 천국가시는 길마저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아픔들이 많습니다. 목회실의 입장에서는 아픈 분들 찾아 가지도 못하고, 임종예배도 영상으로 집례하도록 방침이 세워져 있습니다. 장례의 경우도 영상으로 드리거나 참석해야 할 경우에는 막힌 공간은 가급적 피하고 장지에서 예배 드린다 해도 직계가족 5명에서 10명 이내로 제한하고 서로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연회 감독의 강력한 지시 사항입니다. 전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는 하지만 교인들에게 이런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가 민망한 노릇입니다.
이런 와중에 감사한 것은 어린이 주일과 가정의 달이라며 교육부에서는 ‘5월의 산타클로스’라고 해서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두 주간 매 토요일 오전 11시면 급식바구니 100여개 준비해서 노던길에 나가 나누고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길가에서 일자리를 찾는 히스패닉 이웃들을 위해 그리하였고, 앞으로는 한인동포들 가운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도 음식바구니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음식을 구입하고 바구니를 만들어 길에 나가 나누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한두 번 하다 그만 두겠지 생각했는데, 음식나누고 돌아오는 교인들의 마음은 기쁨과 감사로 충만합니다. 그래서 그 분들은 더 확장하기를 원합니다. 감사하고 자랑스러우면서도 건강 지키는 것이 우선이기에 그 아름답고 선한 마음과 실천을 제대로 격려하지 못하는 목사가 된 것이 어이없는 현실입니다.
제 사무실에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글이 크게 써 있는 족자가 있습니다. 저는 목회 평생 ‘행동’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는 목회를 했습니다. 체질적으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그런데 지난 두 달간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정말 사람 거의 만나지 않고 교회 울타리 바깥 나가는 것을 삼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오지 못하도록 하고, 목회팀에게도 사람들 만나야 하는 일은 못하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벌써 두 달 이러고 있다보니 이런 삶이 익숙해지는 것 같아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 별일 입니다.
어제 뉴욕연회 비커튼 감독께서 목회서신을 보내 왔는데, 뉴욕연회 소속 목회자들은 물론이고, 교인들 가운데 많이 코로나로 세상을 떠났고, 교회 재정의 어려움이 많은 교회들의 현실을 알려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강조하는 내용이 목사들의 육신과 정신건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편지에서 감독은 오는 6월에 있을 연회가 가을로 연기되었는데, 원래 있기로 했던 연회기간 동안은 모든 목사들 휴가를 가라고 명령합니다. 그분의 지론은 “우리 연회 가장 중요한 재산은 여러분입니다”였습니다. 재정문제는 해결해 나가면 되지만 건강과 생명은 잃으면 회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화요일 영상회의가 있었는데, 그날 날이 좋아 마스크를 쓰고 바닷가를 걷다 오느라 회의참석에 늦었습니다. 김성찬감리사께 이실직고를 했더니 오히려 크게 기뻐하고 칭찬을 하면서 다른 목회자들에게도 그리 하도록 널리 알리라고 합니다. 살다보니 노느라 회의에 늦게 참석한 것이 칭찬받는 날도 다 있네요.
여러분의 건강이 교회의 재산이고 미래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교회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올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회를 사랑하는 여러분이 계셔야 교회에 미래가 있다는 것입니다. 십계명에서 안식일을 생명으로 지키라는 것은 ‘안식’(쉼)이 있어야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예배를 생명으로 지키라는 것은 여러분을 사랑하는 하나님이 생명주시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 SNS에 애틀란타에 사는 대여섯살 난 소년이 혼자 집 뒷뜰에서 간절히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엄마가 기도내용을 물어보니 병원에 있는 할아버지를 방문할 수가 없어서 하나님께 기도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때 가정을 천국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신앙으로 하나되는 것입니다. 함께 예배드리는 가정이 되어 기도의 간절함과 찬양의 기쁨이 살아있고 서로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랑많은 가정이길 바랍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너무나 많은 것을 무너뜨리고 빼앗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못 빼앗아 갑니다. 예배는 못 이깁니다. 기도와 찬양으로 여러분의 가정 천국만들기를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