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 새벽 본문이 이사야 50장 4-10절이었습니다. ‘학자의 혀’와 말씀을 알아듣는 ‘귀’에 대한 내용입니다. ‘학자의 혀’는 어려움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돕는 말을 하는 능력이고 ‘학자의 귀’는 하나님 말씀으로 악한 자들의 핍박에도 꺾이지 않고 당당하게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이사야는 하나님을 경외하며, 학자의 혀와 귀를 가진 주의 종의 목소리를 청종하는 자들은 흑암을 헤치고 나가 빛을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고 그날 저는 내쉬빌에서 열리는 교단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2019년 2월 ‘특별총회’를 앞두고 아프리카, 유럽 등 해외 연회를 포함해 다양한 입장을 가진 리더 50여 명이 모인 자리입니다. 저는 이번 ‘특별총회’에서 다룰 동성애자 목사안수건은 실질적으로 한인교회에 끼칠 영향이 미약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행여라도 교단 분열의 상황에 이른다면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하기에 상황을 파악하고자 참석하면서, 하나님께 내게도 ‘학자의 혀와 귀’를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지금 이 시대 교회의 문제 만이 아니라 우리 조국 한반도의 현실은 말할 것도 없고, 세상 모든 일이 이사야서의 말씀이 절실한 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은사는 바로 분별력입니다. 교회 리더들은 하나님 말씀을 바로 듣고 전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미국 감리교회는 19세기, 노예문제로 분열되었던 역사가 있고, 그 이후에도 인종차별로 인해 흑인들로 구성된 아프리카 감리교 성공회(African Methodist Episcopal)와 같은 여러 교단이 존재합니다. 현재의 연합감리교회는 1968년 감리교회와 독일에서 시작된 복음연합형제교단이 합쳐진 것입니다. 오늘의 ‘연합’ 이전에 수 많은 분열의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 시작이 노예제도 지지와 인종차별로 인한 분열의 부끄러운 역사입니다. 그래서 우리교단은 지금도 어떤 형태이건 차별과 인권침해에 대해 예민합니다. 그럼에도 교회 역사에는 성경을 인용한 차별의 역사가 너무 많았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강제로 잡아와서 노예로 부려먹고 살던 농장주인들은 주일이면 그들을 모아놓고 “ 이 땅의 삶은 헛것이다. 천국의 소망이 있으니 노예로 사는 것을 불평하지 말라. 성경에서 노예들은 주인에게 복종하라고 말했다.”라고 목사들을 고용해 설교하게 했습니다.
여성들에게는 창세기에서 이브가 아담으로 죄 짓게 했다는 것으로 시작한 사도 바울이 가졌던 남성우월적 문화와 가치관이 담긴 말을 통해 여성차별을 정당화했습니다. 하나님의 뜻, 예수님의 마음과 너무나 다른 악한 일들을 성경을 인용해 저질렀습니다. 오늘날 교회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누구에 의해 어떤 목적으로 성경은 해석되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책임있게 판단해야 합니다. 성경은 길과 진리와 생명되시는 예수님을 제시합니다. 그렇기에 성경은 예수의 마음과 뜻과 어긋나게 사용되면 안됩니다.
‘동성애자 안수문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것은 노예제도를 지지한 죄악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성경에 분명하게 동성애는 죄라고 밝혔으니 안수를 반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문제로 이미 연합장로교단은 큰 진통을 겪었습니다. 우리도 같은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이에 대한 결정을 표 대결로만 한다면 동성애자들은 목사안수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총대의 숫자는 압도적으로 보수진영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강경보수로 시작하여 온건보수에서 온건진보 그리고 강경진보로 세분화하면 그림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교단 6-70%의 사람들은 온건보수와 온건진보에 속합니다. 강경보수 15%와 강경진보 15%가 목소리를 높인다 해도 그들이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문제는 너무 오랜 기간 연회와 총회 때마다 이 문제로 치열하게 다투다보니 사람들은 지쳤고 온건주의자들은 뒤로 물러나고 강경주의자들의 발언이 많아지고 강해졌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되어도 좋으니 그만하자는 의견과 공존할 수 없으니 교단 분열이나 탈퇴의 의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는 우리교회 같은 교회들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한인교회들은 이 사안에 대해서는 강경보수와 온건보수가 절대 다수입니다. 온건진보도 적지 않겠지만 강경진보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속한 뉴욕연회는 동성애자 안수를 가장 전투적으로 앞서서 지지하는 강경진보가 많은 연회입니다. 그러니 교단이 분열될 경우 우리교회의 거취문제도 쉽지 않을 것이고 교단 탈퇴라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나아가 연합감리교회는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는 집단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많은 젊은이들의 미래를 가로막을 수 있는 입장에 동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인교회’만이 아니라 ‘연합감리교’ 전체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지켜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감리교는 획일화 된 어떤 진리를 강요하지 않기에 감리교인들에게는 ‘신학화 작업’(Theological Task)이 요구됩니다. 성경을 중심으로 교회전통을 존중하며 경험과 이성을 책임있게 적용해서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흑백이론에 익숙한 사람들은 연합감리교회 교인이 되기 힘이 듭니다. 우리는 ‘신본주의’를 주장하며 특정한 부류의 인간들이 하나님의 위치에 올라 하나님 역할을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면서 기독교 역사 속에서 저지른 너무 많은 악행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해석의 중심에는 예수님의 눈과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힘들어도 교단의 미래를 위해 기도하고 예수님 원칙만 붙잡고 주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를 세우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