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제가 30대 중반이었을 때 ‘송충이가 나비되는 신앙 이야기’ 책을 출판해 주신 장로님이 몇 년 전부터 ‘나와 예수’라는 주제를 가지고 책을 내자고 연락을 하십니다. 저는 주보에 나가는 목회수상 쓰기도 힘들다고 계속 사양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이런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이제 슬슬 살아온 이야기 준비해 주세요. 은퇴 전에 책 나와야 하니까요.” 가만히 보니까 제 은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은퇴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주저하니까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한국 기독교 신문에 연재하자는 것입니다. 부담이 덜 할 것 같아 그러자 했지만 나와 예수님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하니 만만치가 않습니다.
오래전에 목회를 아주 잘하는 친구가 뉴욕 맨하탄에서 무숙자 전도 하는 곳에서 설교를 부탁 받았는데 그냥 예수님 이야기만 해달라고 하는데 그것이 왜 그렇게 힘든 것인지 혼났다고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동서남북 다니면서 설교 잘하기로 알려진 친구인데 맨하탄 길거리 무숙자들에게 예수님 이야기를 하려니 엄청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담임목사로 매주일 설교 한지도 4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주일날 설교하려고 예배당에 들어가 앉으면 긴장이 많이 돼서 근육경련이 옵니다. 요즘 노력하는 것은 나와 예수님과 교인들과 삶의 현장에서 만남을 이루는 설교하는 것입니다. 목회 말년에 이르니 사람들 눈치 보는 짓 안 해도 되어 참 좋습니다. 시카고에서도 애틀란에서도 제 설교를 한국 본부에 보고하는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애틀란타에서는 그 회사 소속 영사가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면서 “목사님, 저 불교 신자입니다. 그런데 저만큼 목사님 설교를 지난 3년간 매주일 열심히 분석한 사람 없을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하지 말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목사님 뵙고 감사하다는 말씀 꼭 하고 싶었습니다”합니다. 그런데 요즘에 보니 이 비슷한 일을 교단 높은 사람들에게 보고하는 사명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착한 교인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있으면 잠을 설치고 괴로워하지만 세상 권력은 물론 어떤 권세 잡은 자들에게도 겁을 내거나 비굴한 적은 평생 없었습니다. 그런 것 겁냈으면 목사가 아니라 다른 일 했을 것입니다.
오늘 교회력 본문에 나오는 흉악한 귀신 들린 딸을 고치기 위해 예수님 앞에 무릎 꿇은 가나안 여인 이야기가 남의 나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아픔이고 기도제목입니다. 그러니 이것 아닌 다른 헛된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여유가 우리에게 없습니다. 우리의 모든 관심이 예수님 만나 구원받고 병 고침 받고 악한 마귀 권세 물리치고 하나님 나라 천국의 현실을 누리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도 가정도 교회도 세상도 아픕니다. 흉악한 귀신 들린 딸이 있습니다. 물과 불을 구별 못하고 뛰어드는 뇌전증(간질병) 걸린 아들이 있습니다. 밤과 낮 무덤 사이를 헤매는 젊은이가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보지 못하고 걷지 못하기도 합니다. 문둥병도 걸리고 간음하다가 잡혀 오기도 하고 모두 아픕니다. 그러니 교회가 이 아픈 이들을 주님께 인도해야 하는 사명이 큽니다.
그런데 오늘 설교 본문 앞에 보면 ‘장로들의 전통’이라고 하면서 예수님 제자들이 밥을 먹을 때 손을 씻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바리새인들이 나옵니다. 예수님은 이들에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이 더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딸을 고치려는 여인의 간절한 소리에 무관심하면서 ‘장로들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큰소리 내는 바리새인들이 교회 동네에 너무 많습니다.
오는 주간 한국에 갑니다. 주중에는 9월에 있을 희년 컨퍼런스 강사들을 만나고 하디 선교사 회개 120주년 행사에 참석합니다. 토요일에는 ‘기도학교’로 한국교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대전 한빛교회 백용현 목사님을 만납니다. 주일 오전에는 요즘 큰 부흥을 이루고 있는 대전천성교회(한동수 목사)에서 설교하고 저녁에는 성인보다 어린이들이 더 많이 모이는 천안갈릴리교회(이동섭 목사)에서 설교합니다. 배우고자 욕심을 냈습니다. 그리고 다음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연합감리교회, 기독교대한감리교회 그리고 세계감리교회 대표들이 모이는 한반도평화 컨퍼런스에 참석합니다.
후러싱제일교회가 예수 말씀과 예수 사랑 실천에 집중하는 교회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