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난리입니다. 몇일 전, 아내가 우리도 혹시 모르니 비상식량과 세정제 등을 구입하자고 해서 정말 오랜만에 코스트코에 다녀왔습니다. 마음만 앞섰지 막상 이것저것 사려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 끼어들어 뭘 집어가지고 오기가 그래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에 가서 평상시 먹고 싶었던 것들을 사왔습니다. 그런데 평상시 안하던 쇼핑을 하면서 이런 것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파게티 소스를 사면서 옛날 학생목회하던 시절, 수요일 저녁마다 스파게티를 만들던 생각이 났고,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사면서 돈이 없어서 먹고 싶어도 먹지 못했던 학생시절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쇼핑카트에 올라타 천하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좋아하던 것도 생각났습니다. 예상치 않았던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새벽기도회 끝나고 신약성경 전체 필사를 하기 위해 83명의 선발된 교인들이 친교실에서 성경을 펼치고 열심히 필사하는 모습이 큰 감동이었습니다. 이번주 목회스텝회의를 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소그룹 모임들이 캔슬될 텐데 이런 일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경험이 되도록 가족 기도회, 카톡방 큐티모임, ZOOM Meeting을 통해 말씀나누기, 영상으로 예배드리기 등을 포함하여 성경통독과 필사의 기회로 삼도록 하자고 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2,000년 디아스포라 역사에서 성전(temple)이 없어짐으로 세계 어느곳에 흩어져서도 회당(synagogue)을 통해 가족중심으로 신앙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처럼 어떤 상황도 우리는 신앙을 지켜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입니다. 바라기는 이번 기회에 개인별 성경읽기와 말씀묵상 그리고 가정에서 말씀묵상과 기도회를 가지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어느 교인이 전화를 해서 “목사님, 우리같이 하루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 어찌하라고 하나님도 너무 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하소연을 합니다. 동료 목사들도 전화를 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데 요즘 더 어렵다고 합니다. 예측하지 못한 시간이 선물로 주어져서 즐기는 여유가 모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민망한 마음이 큽니다. 여유만만한 사람들에게는 낭만적이고 은혜를 운운하는 일이 될 수 있어도 생존의 위협을 당하는 교인들을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로마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서 그동안 기침을 하던 교황의 건강을 걱정하는 신문기사를 보았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 차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말 인종차별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질병이 일어났다고 흑인들을 경계한다거나 아랍국가에서 무슨 일이 있다고 무슬림들을 차별한다거나 중국에서 코로나가 시작되었다고, 동양인들에게 함부로 하는 못난 언행들을 중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바티칸에서 확진자가 나왔으니 천주교인들이 질병을 유발한 것으로 여긴다면 얼마나 무지한 인간들 이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무식하고 무지한 일들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난 당신이 좋아」의 저자 김병년목사가 인생에서 큰 어려움을 겪던 중 어느날 너무 화가나서 하나님께 “하나님, 인간이 되어보셨어요?”라고 따져 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십자가의 예수님을 만났는데 그 십자가의 예수님이 자신을 영원한 삶으로 이끌고 가는 체험을 했다고 했습니다. 기도하기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으면서 우리들에게도 이런 간증이 가능하면 좋겠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계획하고 뜻하는 것들이 아니라 하나님이 은혜로 열어주신 것들이고, 하나님이 이루어 주신 것들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초심의 중심은 예수님 첫 사랑이고, 겟세마네 기도, 하나님 뜻에 순종입니다.
코로나-19, 이 불안과 아픔의 시간들 가운데서도 예측없이 찾아오는 하나님의 은혜를 찾게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