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극과 극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월요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LA에 가서 화요일 밤까지 한인교회의 현안에 대해 심도 높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시차가 있으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지만 이틀간 교단 분리의 어려운 과정을 겪어낸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배우고 도전 받았습니다. 수요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오레곤 산골에 집을 짓는 동생을 만나러 갔습니다. 아직 집이 없으니 완전 자연인 생활이었습니다. 지난 60여 년 동안 동생과 5분도 제대로 대화를 한 적이 없는데 이틀간 일어나 잘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동생은 천천히 사는 인생이고 저는 시간을 쪼개어 사는 인생입니다. 음식 쓰레기를 밖에 놔두면 짐승이 찾아오니 꼭 다 먹을 만큼만 만듭니다. 서부 개척 시대에 나오는 것처럼 커피를 불에 올려 끓이고 화장실은 산이 내려다보이는 완전 열린 공간 자연식입니다. 오랜 세월 밤에 몇 번씩 잠을 깼는데 이틀 간은 해지고 잠들어 해 뜰 때 일어났습니다. 왜 40대 중반 일찍 은퇴를 했는지 알았습니다. 회사와 통근 길 스트레스로 인해 손이 떨리고 가슴이 늘 아파서 견디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은퇴하고는 치매가 온 어머니 돌보고 하루에 50마일씩 콜로라도 산길 자전거를 탔다고 합니다. 건강이 회복되었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생의 행복을 살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이 요즘 메시지를 주십니다. 한 주전 자동차 사고가 났습니다. 한 달 전 운전 중 전화기 만지다가 경찰에 잡혀서 티켓 받았습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가지를 하려다 일어난 것입니다. 경찰이 티켓을 줄 때도 그랬고 자동차 사고 난 후도 억울하다 여기지 않았습니다. 올 것이 왔는데 가볍게 왔다고 생각해서 감사했습니다.
지난 한 달 ‘365 큐티’ 책 만드느라 집중하면서 글을 줄이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분량이 600자에 가까운 것을 300자로 줄이면서 깨닫는 것이 많습니다. 내 글과 말에 군더더기와 껍데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더군요. 저는 물건을 버리는 것 잘 못합니다. 그래서 쓰지 않는 신발이건 옷이건 여기저기 늘려 놓아 생활이 정돈 되지를 않는데 이번에 글을 줄이는 작업을 하면서 버리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채워지지 않는 인생의 것들을 물건으로 채우는 정신적 허전함입니다. 버려야 하는 습관이 물건 하나를 제대로 된 좋은 것을 사지 못하고 싼 것 여러 개를 사는 것입니다. 먹는 것도 싸게 나오면 많이 사는 습관이 있습니다. 동생과 이틀간 지내면서 스님들이 절에서 식사 후에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것의 중요성을 보았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려면 음식 냄새와 쓰레기가 없어야 하더군요. 냄새가 나면 각종 동물이 자기들 생존을 위해 찾아오니 위험한 것입니다.
나는 그동안 동생만이 아니라 어머니와도 대화를 제대로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동생은 어머니 천국 가실 때까지 모셨고 저는 천국 가신 이후 산소를 가끔 찾아갑니다. 뭐가 그리 급한 인생을 살아야 했는지 후회가 큽니다. 목회도 말년에 이르니 뭐가 참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것이 많습니다.
요즘 물건만이 아니라 허망한 의무감, 건강하지 못한 일방적 관계, 메아리 없는 짝사랑 이런 것 버리는 훈련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내가 관계되어 이룬 업적이라 여겼던 것들이 무너지는 것 보면서 깨달은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버려야 얻는다고 하시고 죽어야 산다고 하시는 말씀하신 것이 조금씩 잘 이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