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5일간 메릴랜드 대학에서 열린 동북부지역총회에 참여했습니다. 9명의 감독후보를 인터뷰하고 여러 안건을 결정했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연합감리교가 가지는 장점은 법적인 과정과 진행을 잘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절차에 따라 발언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정당하고 정의로운 과정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감독을 두명 뽑기로 했지만 동북부지역총회 역사상 최초로 히스패닉 감독 한사람을 선출하고는 다른 한명 선출을 위해 20회가 넘는 투표를 진행했음에도 아무도 60%로 넘는 숫자를 받지 못해서 결국 2024년도에 다시 투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 교단이 직면한 갈등이 첨예하게 충돌했습니다. 한 총대가 “나는 내가 뽑으려고 하던 후보가 동성애자인 것을 몰랐다. 교단 법에 의하면 동성애자가 목사가 되는 것도 불법인데 어찌 감독후보가 될 수 있는가?”라고 발언을 한 것입니다. 그 발언에 사회를 보던 감독께서 “모든 후보가 자격을 갖추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자격에 대해서는 감독의 말이 맞습니다. 어느 후보도 자격이 없다는 판정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 뉴욕연회 총대자격이 문제 제기되었습니다. 후러싱제일교회가 교단을 탈퇴한다고 하는데, 그 교회와 관계되는 사람이 총대로 참여한다는 것은 양심적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인교회와 중국교회들이 주로 교단을 나간다는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어떤 총대가 “이런 발언은 인종차별적이다”라고 글을 올렸고 다른 이는 “목사는 교회가 결정한 후 자기 거취문제를 발표하기 되었기 때문에 후러싱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대화가 이상하게 흐르게 될 것 같아 제가 “후러싱제일교회 임원회가 교단분리 과정을 시작한 것이지 아직 결정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목사는 감독과 교회가 잘 대화하고 과정을 존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의 양심을 거론하는 것은 당황스럽고 불쾌하다”고 썼습니다. 결국 당사자가 사과를 했습니다. 문제는 이번 지역총회에서 교단분리를 하기로 한 교회와 관련자들은 앞으로 교단 직책이나 총대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말라는 결의안이 올라온 것입니다. 저는 한인교회들이 이 사안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데, 이런 결의안이 통과되면 교단에 남아서라도 신앙 양심을 지켜내려는 이민교회들을 불안하게 하는 백인 진보진영의 인종차별이라고 발언했습니다. 그 결의안은 통과되었습니다.
발언 이후 마음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내 발언 후 이민교회 갈등을 대변하는 발언이 전혀 없었다는 것도 그렇지만 제가 발언을 강하게 한 것이 제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이민교회에 대해 무관심하고 의심의 눈으로 보는 총대들이 많은 지역총회에서 발언한다는 자체가 힘들었기에 발언이 지혜롭지도 못했고 과하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제가 30-40대는 교단회의에서 공격적으로 강경발언을 잘 했었습니다. 그런데 60중반을 넘은 이 나이에 그러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실망스러웠습니다.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설득이 아니라 공격성 발언을 했다는 판단이 왔습니다. 40년 넘게 연합감리교 목회를 했고 나름대로 교단 돌아가는 상황을 그래도 다른 한인목사들보다 잘 아는 저도 그 수준이니 왠만한 이민교회 목사들이 교단 회의에 참여해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실감했습니다.
목회를 잘하는 목사들이 가장 필요하지만 교단을 움직이는 일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들도 많이 키워내야 했는데 우리는 그리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지역총회 개회예배 사회를 보고 회의 중 발언을 많이 한 보스톤연회 총대가 제가 유아세례를 줬던 젊은이였습니다. 찬양인도를 하는 젊은 목사들이 제가 꿈을 가지라고 격려해줬던 후배목사의 딸과 사위였습니다. 나이 먹은 나는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지만 젊은 세대가 앞으로 잘하기를 기도했습니다. 여러 감독들에게 그 젊은이들을 내가 잘 안다는 말로 폼을 잡으면서 내가 실력이 부족한 것을 위로받았습니다.
지난 주간 전국적으로 열린 5개 지역총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한마디로 “전혀 연합감리교회적이지 않았다”고 한 교단지도자가 평가했습니다. 모두 자기 입장 고수와 진영의 정치적 이익관계에 집착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 한인교회들은 정치적 역량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유일한 역량은 신앙고백을 지켜내는 것뿐입니다. 이것마저 없다면 우리는 부끄럽고 비참한 집단이 될 것입니다. 감리교 창시자 웨슬리의 말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생각은 달리한다고 해도 서로 사랑할 수 있지 않은가? 의견이 다르다고 해도 마음은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하나님의 자녀된 우리들은 여러 작은 차이가 있다고 해도 연합해야 한다.”(Though we cannot think alike, may we not love alike? May we not be of one heart, though we are not of one opinion? Without all doubt, we may. Herein all the children of God may unite, notwithstanding these smaller differences.)
바울과 바나바가 선교에 대한 의견차이로 각자의 길을 가야했지만 서로 존중하고 축복한 것이 오늘 우리에게도 가능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