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러싱 길거리를 운전하다 보면 우리 교회 연세 많으신 권사님들이 걸음을 돕는 기구를 앞세우고 다니시는 모습도 보고, 팔짱을 끼고 정답게 대화를 나누며 걷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남자 교인들 가운데는 담배를 피다가 제가 반갑게 인사를 하면 당황해서 쩔쩔매는 분들도 있습니다. 진짜 재래시장 목회의 재미가 있습니다. 후러싱은 노인들의 천국이라고 하는데 주거환경이 아름다워서가 아닙니다. 보조 의자를 가지고 여기저기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아프면 금방 병원에 갈 수가 있고 일주일에 며칠은 데이케어가 차로 모셔다가 식사도 놀이도 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도시에는 70세만 넘어도 노인 취급 당하는데 후러싱은 80세가 넘어도 이런저런 모임 만들어 회장도 하고 교회에서는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고 열심히 할 일을 다합니다. 여기에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동네에 가면 별거 아닌 것도 후러싱에서는 귀합니다. 흙이 없이 거의 콘크리트 바닥만 있기 때문에 나무 박스로 텃밭을 만들어서 교인들에게 분양을 했더니 정말 열심히 채소를 키우며 행복을 누립니다. 목요일이면 주말에 먹을 급식을 받으러 오는 동네 사람들로 아침부터 분주하고 오후가 되면 받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 천하 불쌍한 얼굴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 찾아오면 뭐라도 챙겨서 주도록 사역자들에게 부탁을 하는데 말을 들어보면 아침에 줄 서는 것 싫어서 그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급식 시작 2-3시간 전부터 중국 이웃들이 와서 새치기하지 못하도록 빽빽하게 줄을 서 있으니 한인들은 물론 히스패닉이나 백인들은 제대로 자기 것 챙기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그렇게 시간 투자하고 집요한 의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지하는 것이 많은 것 어쩌지 못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는 그냥 우뚝 홀로 존재하던 교회였는데 이제는 동네 어려운 사람들이 찾아오는 중심이 되었다는 것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단이사회와 임원회 결정으로 두 시간 넘는 거리에 있던 기도원/농장을 팔고 가까운 거리 땅을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농장에 자주 갈 수 있고 농산물을 수확하면 이웃들과 더 많이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저소득층이나 무숙자들의 문제가 좋은 채소와 과일을 잘 먹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뉴욕 시가 주는 예산으로 교회가 구입하는 과일들은 품질이 좋습니다. 가끔 저도 바나나를 얻어먹는데 맛이 괜찮고 얼렸다가 먹으면 점심 후 최고 간식이 됩니다. 제가 애틀랜타에서 목회할 때 100 에이커 땅을 구입하여 채소만이 아니라 매실, 복숭아, 대추 등 과일나무를 심어 수확을 보는 꿈을 꾸었는데 생각처럼 되지는 않았습니다. 뉴욕에는 블루베리가 잘 되니 가까운 곳에 땅을 구입하면 채소만이 아니라 건강에 좋은 과일들도 심었으면 좋겠습니다. 가깝게 되면 기도원도 만들게 될 터이니 연세 드신 분들 자주 가서 쉬고 기도하고 올 수도 있고 아이들은 캠핑도 하면 좋겠습니다.

2025년이면 한어회중 창립 50주년이 됩니다. 50주년이기에 ‘희년교회’ 되는 것이 우리가 바라보는 비전입니다. 누가복음 4:18 예수님 대목회선언 따라 ‘하나님 은혜의 해를 선포하는 교회’되는 것입니다. 눈먼 자 눈이 열리고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되고 죽은 자 살아나고 억울함 당한자들에게 해방과 자유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희년교회’ (Jubilee)가 되는 것은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는 기쁨도 배고픈 이웃에게 먹을 것 나누는 것도 포함되고 잃은 영혼 구원하는 전도와 선교를 통해서도 이루어집니다. 또한 예수님이 가장 우선되게 하신 것은 하나님 사랑과 은혜, 정의와 평화가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 선포입니다.

오늘 오후에 뉴욕 일본 총영사관 앞과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일본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에 반대하는 미주동포 시위’가 열립니다. 이 모임 주관하는 분이 후원을 부탁하기에 이런 것은 생선 횟집들 후원받으라고 했지만 고마워서 제가 개인적으로 돕겠다 했습니다. 올해 북일리노이와 위스콘신 연회에서는 한반도평화를 위한 예배가 드려졌고 뉴욕연회에서는 7월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반도평화 컨퍼런스와 시위에 대형버스를 두 대 빌려 참여하기로 연회에서 결정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미국교회에서 목회하는 젊은 목사들의 활약이 큽니다. 진정한 감리교회는 개인구원과 사회구원 모두를 이루어내는 ‘성서적 경건’을 이룹니다.

기쁨과 행복은 마음과 믿음의 결단입니다. 후러싱제일교회는 예수로 만족하고 행복한 교회 되기 위해 최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 시대 교회가 사는 길은 ‘희년교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