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가을부흥회를 인도하는 한동수 목사님의 말씀 가운데, 어느 교인과 나누었던 가장 인상 깊었던 말씀은 “인사만 잘해도 먹고는 산다.”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한목사님이 설교 전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는 어느 목사님에게서 들었다고 하면서 한 말입니다. 하나님과의 인사로 시작하여 윗 사람에게 인사하는 믿음의 정도를 배우는 것의 중요성을 제시했습니다. 어느 분은 ‘말씀에 지는 훈련’이었다고 페북에 올렸습니다. 광야에서 길을 돌아가게 하신 이유 가운데 무모한 전쟁을 피하고 낮아짐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하고 구름과 불기둥으로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자신이 요즘 아프게 고민하는 삶의 문제에 길을 열어주었다고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가난한 심령과 갈급한 심령에게 임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생각했습니다. 토요일 새벽집회 때 목회스텝들이 부른 ‘은혜 아니면’ 찬양이 특히 그랬습니다. 저는 그 찬양을 들으며 문득 정현종의 시 ‘방문객’ 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것/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우리교회 예배당 문을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 어느 한 사람의 일생도 어마어마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예수님은 그 한 사람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습니다.

오래 전 ‘미주 한인 커뮤니티의 현재와 미래’ 라는 주제로 모임이 있었는데 기자가 “21세기 교회가 책임져야 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래서 “거룩의 회복입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니 그런 것 말고요.”라고 말 하기에 “제 입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말이 나오기를 원하시는 것 잘 알지만, 오늘날 교회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교회가 있어야 할 제자리를 찾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거룩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평화를 의미하는 히브리어인 ‘Shalom’과 ‘거룩’(holy) 그리고 ‘큰 하나됨’’wholeness)은 모두 같은 어원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거룩한 성도는 하나님께 인사를 잘 드리는 예배자입니다. 타인을 소외하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환영하는 평화의 일꾼인 것입니다. 지난 주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시민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것도 ‘큰 하나됨’을 위한 겸손이라고 저는 여깁니다.

세상이 급변할수록 교회는 더욱 교회됨을 위해 집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변할 때에는 자기 이익에만 급급한 기회주의자들과 사기꾼들, 그리고 사탄마귀들이 날뛰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로마제국에 기생하던 성직계급인 사두개파는 물론 바리새인들 그리고 기회주의자 헤롯왕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이라 했고 ‘회칠한 무덤’이라 하셨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열심당원들에게 “칼을 가진 자는 칼로 망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두개파와 헤롯당은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했던 실용주의 우파들입니다.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는 민족해방군이자 열심당원인 이념적 좌파였습니다. 반면, 바리새인들은 이념적 우파였습니다. 실용주의자들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지만, 이념적 좌파와 우파들은 자신들이 믿는 것을 절대화하여 자기 우상화에 빠지게 됨으로 자기성찰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겸손할 줄 모르는 것입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고 합니다.

20 여년 전 박이섭 목사님께서 한국으로 들어가실 때 제게 “김목사, 후배들에게 밥 잘사라.”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밥을 사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닙니다.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만남입니다. 몇년 전에 한 후배 목사가 후러싱에 왔기에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커피를 마시려고 교회 사무실에 들어가자고 했더니 자신은 교회 커피는 마시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떤 커피가 누구와 마시느냐 보다 중요한가?” 물었더니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 참으로 섭섭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같이 밥을 먹는 기회마저도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세상 기준으로 실력이 출중한 목사가 한 사람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목사는 실력에 비해 목회가 잘 안됩니다. 그 사람이 왜 그런지 이야기를 하던 중 그 사람에 대해 이렇게 평가를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람을 반길 줄 모르더라.” 이것은 다른 말이 아닙니다.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밥을 먹음이 그냥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듯, 인사를 나눔은 단순히 고개를 숙이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우리 인생에 찾아오는 방문객 한 사람이 그냥 한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