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저는 알라바마 몽고메리 교회협의회 복음화 선교대회를 인도합니다. 집회를 앞두고 프랫빌 연합감리교회 홍성국목사님의 배려로 로자 팍 여사 기념관, 인종차별 역사 박물관과 정의평화 센터 등을 견학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끌려온 흑인들이 노예로 당해야 했던 고통과 죽음의 역사를 담아낸 곳들을 방문하면서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인종차별의 현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역사는 반복합니다. 악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를 잘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1월 15일 마틴 루터 킹 목사님 생일이었는데, 미국에 살고있는 우리들의 오늘을 가능하게 한 분들, 특히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희생된 이땅의 수많은 선진들을 잊지말아야 할 것입니다. 애틀랜타에서 홍목사님과 함께 마틴루터 킹목사 기념센터를 시작하여 몽고메리와 셀마 그리고 버밍햄까지 ‘인권투쟁 역사 순례’ 프로젝트의 가능성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남부 인종차별과 북부 인종차별이 다릅니다. 남부 인종차별은 한 울타리에 사는 것은 허용하지만 백인이 높은 자리를 고수하는 차별제도입니다. 북부 인종차별은 제도적으로 동등함을 인정하지만 삶의 영역은 공유하지 않는 차별입니다. 우리교회가 위치한 후러싱은 미국에서도 가장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모여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각 인종의 폐쇄적인 게토화와 배타적인 문화입니다. 그러고 보면, 전형적인 북부 인종차별이 심한 곳이 뉴욕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수의 인종차별이 남부의 것이라면 진보의 인종차별은 북부의 것입니다.
점심시간에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견학 했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장을 견학하면서 노예의 고통과 죽음 역사의 땅에 들어선 현대자동차 공장, 그리고 수천명의 아프리칸 어메리칸들이 자랑스럽게 일하고 있는 모습에 감명 깊었습니다. 미국 어느 곳에도 한인들을 여기만큼 존중하는 도시가 없다고 합니다. 남부 인종차별 역사의 중심이었던 몽고메리의 도시 경제발전에 한국의 기업과 한인들의 지대한 기여가 눈으로 보여지고 마음으로 느껴졌습니다.
땅이 넓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좋았습니다. 지역 목회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목회현실은 어렵지만 공간이 넓다보니 마음이 넉넉하고 여유가 있다는걸 느꼈습니다. 나성과 보스톤 애틀랜타에서 살아 본 목사가 “저는 치열하게 사는 것이 싫어서 그런지 여기가 좋아요” 하면서 웃습니다. 연합집회가 열리는 제일감리교회를 보니 성공회 교회를 빌려서 예배드리는데 파킹장이 넓고 예배당이 아름답습니다. 그 크고 넓은 교회의 미국 교인들은 성공회 교단분쟁 과정에서 많이 떠나고 이제 10여명 남았는데, 한인 교회가 200여명 되다 보니 미국 교인들이 한인 교회에게 마음껏 쓰도록 배려를 한다고 합니다. 제일감리교회 김성은 목사님은 아틀란타한인교회 부목사로 있으면서 고생 참 많이 했는데, 이 지역 대표적인 교회에 목회를 하면서 몸도 마음도 편하고 행복한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연합회 회장되는 박지용목사님은 애틀랜타에서도 친분이 있었기에 반가왔습니다. 강사소개를 하는데 “여러분이 아주 잘 아실테니 김정호목사님 소개는 안하겠습니다”합니다. 강단에 서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적지 않았고, 특별히 목회자들은 이모저모로 안면과 친분이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여러 교단 목회자들이 서로 잘 지내고 연합회 활동을 재미있게 하는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제일 감리교회에 들어서니 김성은 목사의 큰 아들 강산이가 달려와 저를 강하게 안아 주면서 “목사님, 보고 싶었어요”합니다. 찬양팀이 수준높게 찬양 인도하는걸 보는데, 강산이가 찬양팀 일원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었습니다. 강산이는 다운증후군이 있는데 찬양을 좋아합니다. 그 교회 찬양팀이 강산이를 함께 참여시켜주는 그 마음에 집회 시작부터 감동에 눈물겨웠습니다. 설교를 시작하면서 찬양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강산이를 향해 머리위로 사랑표시를 하고 “I love you”했더니 수줍어 합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강산이가 저를 다시 안아주면서 “목사님, 설교 잘했어요” 칭찬을 해줍니다. 김성은 목사는 나와 애틀랜타에서 사역을 할 때 고생해서 병까지 얻었었는데, 지금은 좋은 교회에서 행복하게 목회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둘째 강윤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현대자동차에 취직을 했다는 소식에 반가웠습니다. 김목사 가정이 많은 고생을 했지만, 이런 날을 주신 하나님이 무척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