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 큰 딸 아이가 결혼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큰 딸은 부모됨이 뭔지 모르는 철없는 부모와 같이 자랍니다. 이번에 결혼하는 아이도 동생들에게는 부모를 대신하고 부모에게는 자식들 대표로서의 역할을 했습니다. 내가 목사로서 결혼 주례를 많이 했지만 아비로서 결혼식 참석은 생전 처음입니다. 어쩌면 너무 감사하고 감격적인 일이기 때문에 거꾸로 아주 담담한 마음입니다. 내 뜻이라면 우리교회 예배당에서 결혼식하고 친교실에서 김밥과 멸치 국물에 국수말아 먹으면 좋겠는데 요즘 아이들은 자기들 방식의 결혼을 한다니 교인들에게 알리지를 못하는 민망한 일이 되었습니다. 공개하지를 못했는데도 많은 교인들이 어떻게 알고 축하해 주셔서 엄청 감사하면서도 송구스럽기만 합니다.

딸 아이 결혼을 지켜보면서 제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 가능한 내 생각과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과 내 입장에서 뭔가를 기대하고 그래서는 안되겠다는 것입니다. 정말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하는 마음이 불쑥 불쑥 올라오는 것 참아야했습니다. 어느 순간 내 배에서 나온 내 자식이지만 자기 인생이 엄연히 홀로 존재하는 성숙한 어른이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내가 그 아이에 대한 어떤 소유권을 주장해서도 안 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바라서는 큰 일 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막내인 아들에게도 “진우야, 앞으로 아빠는 너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을란다. 그냥 너를 믿을꺼다. 내가 보니 너는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똑똑하고 훌륭한 아들인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사위를 내 식구로 받아들인다는 것도 정말 힘든 도전입니다. 사실 작년에 딸 아이가 연애를 한다는 소식을 아내에게서 듣고 다음날 새벽기도 시간에 기도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떤 인간인지 전혀 모르면서도 막상 사위가 될 인간이 나타났다고 하니 그냥 속상하고 하나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내 딸을 잃어버린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나 봅니다. 사위될 아이를 만나고도 심기가 불편했었습니다. 그냥 하는 짓이 다 꼴보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사위를 ‘그놈’이라고 ‘저놈’이라고 했더니 사위가 딸아이에게 ‘그놈’이 무슨 뜻이냐고 묻더랍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저 아이들이 서로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왔습니다. 결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는 사위될 아이를 만나면 제가 허그를 해주었습니다. 딸 아이가 사랑한다면 나도 사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사윗감으로 남부문화를 가진 마음 착한 신학교 다니는 전도사같은 인간을 바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야 내가 친구처럼 지내기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그런데 내 사위는 전형적인 동부문화를 가진 섬세한 인간입니다. 세상적으로는 자랑할 만한 조건이 있습니다. 사위도 사돈 내외도 모두 동부 아이비리그에서 MBA를 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원래 그런 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것도 영 불편한 노릇입니다. 목사 아들을 사위로 얻어야 사돈과도 대화가 재미나고 같이 놀러다니고 그럴텐데 영 거리가 멀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 식구가 되었으니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교회 교인 한 분도 초대를 못했습니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이들 친구들과 직계가족 중심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금요일 동부에 닥친 눈폭풍으로 인해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는 식구들이 거의 오지를 못했습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시는 어머니에게는 카톡영상으로 실황중계를 해드렸습니다. 정말 장모님과 어머님에게 내 자식 결혼하는 것을 보여드려야 자식 도리 하는 것인데 그러지못한 것이 불효의 마음이라 아픕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알려드리지 못한 것 다시 한 번 이해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