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시 젊은이들을 위한 ‘커피 목회’의 꿈을 가지고 바리스타 훈련을 받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맨하탄 선교센터가 오픈 했을 때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끝낸 목사를 보스톤 지역 감리사께서 추천했었습니다. 그때는 바로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기에 추진하지를 못했는데, 며칠 전에는 역시 고급 커피 만드는 훈련을 받은 목사 부부가 맨하탄 선교센터 지하실에 커피숍을 차려서 젊은이 목회를 하겠다며 프로젝트 제안서를 보내왔습니다. 이런 식의 목회가 저는 익숙하지 않은데 누가 “커피 한잔 할까요?”라는 드라마를 보라고 합니다. 한 젊은이가 커피 만드는 것을 배우면서 인생을 배우는 내용입니다. 저는 좀 사치를 부릴 때는 스타벅스에 가서 제일 싼 ‘오늘의 커피’를 주문해서 우유타서 마시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척박한 수준인데, 이 연속극을 보니 커피 만들고 마시는 것에 깊은 인생의 그 무엇이 있네요. 그리고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래서 목회가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내용들입니다.
한 장면에 커피 한잔 시켜놓고 하루종일 자리 차지하고 있는 얌체같은 인간때문에 속이 상한 종업원 젊은이가 참지 못하고 불만을 터트리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에게 주인이 ‘엘레판트 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영국 에딘버러에 있는 커피집인데 거기에서 조엔 롤링이 ‘해리 포터’를 썼다고 합니다. 싱글맘으로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여자가 아이가 자는 시간을 이용해 그 커피숍에 들려 글을 쓰기 시작한 이야기를 하면서 커피숍 주인이 커피 한잔 시키고 오래 앉아있는 그녀를 불편하게 하거나 내쫒았다면 전 세계 최고 베스트 셀러 ‘헤리 포터’가 나왔겠느냐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자기 커피숍에서 인생 어려운 사람들이 커피 한잔 시키고 하루종일 앉아있어도 그들이 인생의 꿈을 이루어내는 것을 보고 싶으니 손님에게 인내하라고 말합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목회에 대한 도전을 받았습니다.
예수님 오심을 기다리는 대강절에 예수님을 기다린다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그리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인내하면서 다른 사람을 기다려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나태주의 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와 정현종의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가 그것입니다.
좋은 커피숍이 되기 위해서는 냄새와 맛도 좋아야 하고 종업원들이 적절하게 친절해야 하고 방의 온도가 윗도리를 벗고 5분 지나도 춥거나 덥지 않아야 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최고의 커피를 만드는 것은 원두 특성을 살리기 위해 구워내는 것은 물론 커피를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에서 최고 최선의 조건을 유지해야 하고요. 그런데 아무리 좋은 커피를 만들어도 마시는 손님이 그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따라주지 않으면 맛이 없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커피를 마실 줄 모르는 손님으로 인해 상처받지 말고 고마워 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 생각해서 최고의 커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가정과 교회도 좋은 커피숍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기다려주는 중요성입니다.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어서 가정은 가정이 되고 교회는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은혜를 알게되는 것은 하나님이 나를 기다려 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나를 죄에서 구원하신 분이라는 것이 믿어질 때 몰려오는 은혜가 큽니다. 내가 아파보면 남의 아픔을 소홀히 대하지 못합니다. 내가 잃어버린 영혼이고 죄인이고 십자가 보혈 은혜가 아니면 살 수 없다는 것 깨닫는 가난한 심령이 될 때 십자가 보혈의 은혜와 능력이 큰 것입니다.
갑자기 커피 만드는 바리스타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몇 사람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 하는 말이 “그냥 목사님 잘하는 것 계속 하시는 것이 좋겠어요”합니다. 하는 것이나 열심히 제대로 하다가 은퇴하라고 그러네요. 내가 바리스타가 되는 것은 못해도 좋은 바리스타가 내리는 커피는 앞으로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어렵고 힘든 인생 길에 좋은 커피 한잔 마시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냄새도 좋고 맛도 좋은 커피숍과 같은 교회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