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 후러싱제일교회 한어회중 역사에서 제가 10년 목회를 했습니다. 2015년 5월 말에 왔을 때 정상적인 인수인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짐을 풀고 바로 다음 날 새벽기도 인도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교회를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급해서 교회와 교인들에 대한 판단을 성급하게 한 것에 대한 죄송함이 큽니다.

교인들이 필요한 것은 위로였습니다. 이승운 목사님 세상 떠나고 슬픔을 위로 받을 겨를 없이 김중언 목사님이 오셨습니다. 김목사님은 어려운 상황에서 탁월한 인내와 지혜로 교회를 안정시켜 나가셨습니다. 명예롭게 은퇴를 하시고 장동일목사님이 오셨습니다.

50년 역사 가장 아픈 기억으로 교인들은 교회 분열을 말합니다. 강산도 변하는 세월이 지났다고 하지만 너무 치열하게 갈등하고 분열된 경험은 쉽게 치유되기 쉽지 않은 큰 상처였을 것입니다. 장목사님과 교회를 개척하고 나간 교인들도 그렇겠지만 남은 교인들에게는 많이 아프고 슬픈 시간들이었을 것입니다.

후러싱제일교회 교인들에게는 그런 말을 할 상황도 안되고 기회가 없어서 그랬을 것이지만 장목사님은 제가 뉴욕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아 식사를 대접하면서 “목사님, 교회가 이렇게 어렵게 된 것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했습니다. 아무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어려운 때 장목사님의 그 말 한마디 참 감사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교회 분열 후 적절한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 제대로 없었습니다. 제가 했어야 했지만 저는 교인들을 위로하지 않고 책망했습니다. 교회 싸움의 에너지가 내부적으로 계속 일어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파당 짓는 일 열심이고 신앙의 기본이 없으면서 교회 주도권 잡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예수 잘 믿고 예배 잘 드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예수님이 말씀하신 ‘선한목자’의 심장이 아니라 판단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성령님이 하셔야 할 일을 내가 하려는 교만이 있었습니다.

김병서 목사님은 톰 브로커가 말하는 ‘위대한 세대’에 속한 어른이십니다. 지금 세대는 상상도 못 할 민족의 고난 역사를 믿음으로 지켜낸 세대이면서 특별히 오늘날 연합감리교회 수백 명의 한인 목사들이 미국인 교회에서 목회를 할 수 있도록50여 년 전에 미국인 교회 목회의 길을 여신 분입니다.

조영준 목사님, 이승운 목사님, 김중언 목사님은 당시 미국 교단은 물론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최고로 리더십을 인정받은 세상 말로 기라성 같은 분들이셨습니다. 저는 선배 어른들이 시작하고 키우고 지켜온 교회를 이어받아 혜택을 누린 세대입니다.

교회 분열만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와 교단 분리 문제로 무척 힘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오늘 예배 결단 찬송 ‘희년을 향한 우리들의 행진’에 “희년을 향해 함께 가는 길 주의 약속 굳게 믿으며 일곱 번씩 일곱 번 넘어져도 약속을 굳게 믿으며“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지난 50년 일곱 번씩 일곱 번 넘어져도 주의 약속 굳게 믿으며 일어나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오늘을 생각하며 몇 년 전 출판한 ‘손에 닮긴 삶의 이야기’(Story Hand: Our Korean-American Journey)를 계속 보고 또 보았습니다. 손가락은 구부러지고 손등에는 수천수만 개의 십자가 흔적이 담겨있는 교회를 지켜 낸 교회 어른들의 손입니다. 진정 하나님 주실 상급을 받을 분들은 교인들입니다.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모든 교인 여러분께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