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무실에 새빨간 아름다운 꽃이 핀 화분이 어제 들어왔습니다. 작년에 죽은 것 같아서 버리려고 내놨던 화초를 그 분야 전문가 권사님이 살려 꽃을 피워 주셨습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며 죽었던 것이 아름답게 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우리네 삶에도 이런 생명의 소생을 소망하게 됩니다.
목회를 하면서 가장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것이 하관 예배에서 관을 땅에 내리며 “흙으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선언할 때입니다. 세상에 왔다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것이 아프고 슬프면서도 엄숙하고 엄연한 모든 인간이 돌아가야 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성회수요일 예배 때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회개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으라” 하면서 십자가를 이마에 그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연세 많은 어른들의 이마에 십자가를 그릴 때 그 말씀이 인생 순리를 생생하게 느끼게 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그리할 때는 제 마음에 먹먹한 떨림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제 이마에 십자가를 그려야 하는데 그날 예배에 참석한 가장 어린아이가 보이기에 부목사에게 부탁하라고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아이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예배당 앞으로 나와서 제 이마에 재로 십자가를 그려 주었습니다. 어린아이가 하나님의 용서를 선언하는 성직자가 되고 내 죄 사함의 말씀이 마음속에 들려질 때 뜨거운 은혜가 느껴졌습니다.
요즘 세상이 어렵고 시끄럽습니다. 크게는 나라 돌아가는 것이 그렇지만 뉴욕 후러싱 지역 바닥 경기가 많이 어렵습니다. 교회는 코로나 사태와 교단분리 문제 후 회복의 과제도 버거운데 경기침체가 닥쳐옵니다. 그런데 오늘 교회력 본문이 예수님이 사탄 마귀에게 광야에서 시험당하고 이기시는 사건입니다. 마귀가 예수님을 유혹할 때 반복해서 쓰는 전제가 “네가 과연 하나님의 아들이거든…”입니다. 사순절 기간 우리도 마귀의 시험을 당할 것입니다. 어떤 시험과 시련이 와도 주님이 그리하신 것처럼 말씀 붙잡고 하나님의 자녀라는 거룩한 자존감과 자화상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사순절은 죽었던 것이 살아나는 신앙의 봄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 마귀에게 시험당하신 것 같이 우리 신앙의 봄 역시 모든 것이 죽는 겨울을 이겨내고 이루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교회에서는 가장 어렵고 힘든 때가 성령의 역사하심의 때입니다. 야곱이 광야에 돌베개를 베고 자다가 깨어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셨는데 내가 몰랐다” 고백하고 제단을 쌓고 하나님과 벧엘의 십일조 서약을 맺은 것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야곱이 중년에 세상적으로는 성공한 것 같았지만 가족에게 닥쳐오는 시험의 때에 벧엘로 돌아가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이번 사순절 우리도 광야에서 만났던 그 하나님과 맺은 약속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신앙의 초심과 예수님 첫사랑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세상을 이기는 다른 길은 없습니다. 이 시대 교회가 어렵다는 말이 넘칩니다. 다른 길 없습니다. 예배가 살아야 하고 말씀을 사모하여야 하고 새벽기도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해결책을 찾지 말고 하나님을 찾으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어제 새벽기도 평상시보다 교인들이 많이 나오셨습니다. 믿음으로 이겨내야 할 삶의 과제들이 많이 있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에서는 첩경이 없고 꼼수가 통하지 않습니다. 무릎 꿇고 기도하고 눈을 열어 십자가 주님 바라보고 입을 열어 하나님 찬양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