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회 묘지 ‘약속의 땅’에서 합동추모예배를 드렸습니다. 우리교회 묘지가 있는 동네 이름이 Mt. Sinai입니다. 그러니 후러싱제일교회 묘지는 시내산 약속의 땅에 있는 것입니다. 먼저 천국에 간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그리고 친구들을 생각하며 교인들이 오셨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따스한 햇빛을 내려주었습니다. 저는 히브리 11:39-40 말씀으로 본향 떠난 천국성도들이 약속 얻지 못한 것들 살아남은 자들을 통해 ‘온전케됨’을 이룬다는 메세지를 나누었습니다. 윤관호 권사님은 ‘약속의 땅을 밟으신 님을 따라’ 추모시에서 “믿음의 본을 보이시고 약속의 땅을 밟으신 님을 따라 참된 크리스천이 되기를 다짐하며 님을 기리는 저희의 마음의 향기를 올려 드립니다.” 낭송하셨습니다.
권사님 한분이 따님 묘 앞에 계시기에 언제 보내셨냐 여쭈었더니 “23살에 갔어요. 딸을 낳고 얼마되지 않아 떠났어요.”하십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약속의 땅’에는 일찍 부모 곁을 떠나 하나님 품에 안긴 자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100수를 넘기신 분들도 여러명 계신가 하면 어린 자녀들을 두고 일찍 떠난 엄마 아빠들도 있네요. 아무래도 먼저 떠난 남편들을 찾은 교인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아내를 먼저 보낸 분들은 안보였습니다. 사람들 없을 때 홀로 찾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작년 이맘 때쯤 장로님 한분이 “목사님 약속의 땅에 정자를 세우던가 벤치라도 놓아서 여기에 왔다가 좀 오래 머물러있다 갈 수 있게 해주면 좋겠습니다.”하셨습니다. 제 대답은 “아니 뭘 묘지에 오래있어요. 기도하고 빨리 가는거지.” 장로님의 답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어찌 빨리가요. 오래있어야 좋죠.”였습니다. 몇달 전 부르더호프 공동체를 방문했을 때 우리 일행에게 공동체를 소개해주던 박성훈 형제가 가장 귀한 곳을 보여주겠다고 데리고 간 곳이 묘지였습니다. 함께 신앙생활하던 교인들이 뭍힌 묘지인데, 그분들은 결혼식도 그곳에서 하고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도 그곳에서 회의를 한다고 합니다. 사랑하던 믿음의 식구들이 있는 곳 그리고 천국에 가장 가까운 자리이기에 가장 아름답고 귀한 자리라고 했습니다.
올 해는 몇 분이 자신들이 뭍힐 자리를 결정하러 오셨더군요. 참 잘하시는 일입니다. 오늘 설교 제목이 “죽기 전에 준비하라.”입니다. 사실 저도 아내와 얼마전에 우리는 어디에 뭍히면 좋을까 의논 했었습니다. 제 기억에 담임목사에게는 자리 하나를 무료로 준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요즘 교회 실세인 박아무개목사 말이 “담임목사에게는 3% 디스카운트 혜택이 있습니다.”하네요. 아내는 은퇴하고 떠나면 그만이지 왜 교회에 부담을 주느냐고 했지만 나는 나를 보기 싫어할 교인들 있을텐데 떠나면 멀리 떠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도 추모주일을 맞이하면서 함께 합동 추모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얼마 전에 떠나신 장로님 계신 자리라 여겨서 권사님과 기도를 했습니다. 권사님이 아직 풀이 다시 나지 않은 자리에서 남편을 그리워하며 무릎 꿇고 소리내어 우셨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다시 해야 하나 했더니 따님이 웃으면서 “목사님, 아버지는 천국에 계세요. 자리를 잘못 찾아 기도했어도 하나님께 그 기도 다 상달되었잖아요.”합니다.
오래전 석용산이 쓴 글 가운데 ‘여보게 이 땅에 다시 오려나’가 있습니다. “여보게 백년 뒤 이 땅에 누가 남아 노래할까? 솔바람, 풍경소린 남아있겠지. 여보게, 이 땅에 다시 오려나? 그리운 사람 있다면…모두가 다 그리운 사람들이야….” 죽음 앞에 서야 사람은 겸손해 지고 삶을 감사할 줄 알게 됩니다. 교인들도 보면 장례식에 유난히 잘 참여해주고 묘지에 잘 찾아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추모예배 가족들이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교회에서는 잊지않고 챙길 것입니다. 앞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신 ‘약속의 땅’이 더욱 귀한 자리가 되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상의 성도된 우리들이 천국성도들이 못다한 일들을 온전케 하는 일에 최고최선 다하는 사명 잘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