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이수광 장편소설)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죽이거나 죽어야 한다. 그것이 정도전이 필사적으로 살아온 삶의 종착점이다. 그의 이상은 언제나 현실 앞에서 혹은 권력에 의해서 매번 선택을 강요당했다.”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그것입니다. ‘누가 얻는 만큼 반드시 누가 잃는 게임’입니다. 세상의 싸움이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선으로 악을 이기라 하셨습니다. 뺐는 일 하지 말고 주라고 하셨고 원수까지 사랑하라 하셨습니다.
저는 요즘 제로섬 게임이 아닌 어떻게 해야 모두가 사는 길인지 많은 생각을 합니다. 교단문제에 대한 저의 생각이 ‘양비론’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그동안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교단의 문제가 교회로 넘어와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현실에서도 zero-sum이 아니라 win-win의 길을 찾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현실에서는 아군과 적군이 분명하니 입장을 확실히 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선교적 파트너라고 고집하고 있습니다. 선교 정책의 의견 차이로 바울과 바나바가 각각 딴 길로 갔지만 서로 존중하면서 같은 목표를 위해 동지가 되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리 되어야 한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후러싱제일교회 임원회에서 교단분리안 추진하는 것을 통과시켰지만 아직 여러 어려운 절차와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교회로서는 신앙양심을 지키는 목적으로 그리했지만 당연히 교단측에서는 나가지 않기를 바래서 해야 할 일을 할 것 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모두 상호존중과 최고의 신앙의 자세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교단이나 교회 리더들은 교인들의 생각과 뜻을 존중해야 합니다. 연세드신 분들 가운데는 여기 이 예배당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것 아닌지 불안해 한다고 합니다. 가짜뉴스로 교인들을 선동하거나 불안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떻게 되어도 교회는 그 자리에 그냥 있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담임목사가 예배당 팔아서 사유재산 만들려고 한다는 악한 소문은 세상법으로도 교회법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줘야 합니다. 현재 교단에 남거나 새 교단으로 가거나 사실에 근거한 내용으로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공식 회의에서 제기해야 어떻게 결정된다고 해도 우리는 모두 교회를 위해 그런 것이니 관계가 회복되고 교회를 잘 지켜낼 수 있습니다.
교단분리가 어찌되어도 우리는 선교 파트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얼마 전에 미국교회에서 목회하는 젊은 목회자들이 찾아와서 “만약에 후러싱제일교회가 나가면 저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합니다. 한 친구는 “앞으로 우리 밥은 누가 사주나요?”합니다. 어찌되어도 교회도 나도 이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이니 아무 때나 와서 밥 먹자 했습니다. 뉴욕연회 자랑은 한인목회자들이 미국교회 목회를 잘한다는 것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앞으로 뉴욕연회는 한인목사들이 더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저는 우리교회가 젊은 목회자들이 교회부흥의 주역이 되도록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를 소원합니다.
제로섬 게임의 시각으로 보면 지고 이기는 것이지만 선교파트너의 시각으로 보면 더 이상 ‘인간의 성 문제’로 갈등하지 않고 최고 최선으로 목회하고 선교하는 일에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입니다. 원수 될 일도 아니고 지고 이기는 싸움도 아닙니다. 주님의 몸되는 교회가 죽어라 싸우느라 망가지는 것은 사탄 마귀만 좋아합니다.
영어 표현에 “Do not burn bridges”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리를 불지르지 말라는 것입니다. 독일이 분단되었을 때 서독 국회는 분단을 고착시키는 헌법을 만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과 소련의 지배로 분단되지만 다시 통일될 미래를 기대한 것입니다. 결국 통일되었습니다. 통일되고 내부 갈등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잘 하고 있습니다. 갈라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지만 원수삼는 일은 없어야 하고 서로 오갈 수 있는 다리는 파괴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아서나 나가서나 교회가 부흥해야 합니다. 이 난리를 치고 남아서나 나가서나 교회가 제구실 못한다면 세상 창피하고 하나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교단이 직면한 문제는 빨리 끝내야 합니다. 지난 40여년 교단총회가 모일 때마다 죽어라 싸우느라 교세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나갈 교회들은 빨리 나가고 남을 교회들은 남아서 교회의 존재 목적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난 동북부지역총회에 참여하고 놀란 것은 감독회의 보고서에는 2024년도까지 1,000교회가 없어지니 감독을 더 뽑지 말고 교회 회복에 집중하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회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기회에 동성애를 지지하는 감독을 많이 세우자는 진영과 그것을 반대하는 진영과 맞섰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모든 에너지를 교회 회복과 부흥에 관심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았습니다. 이제 이런 교회 망가뜨리는 싸움 그만하고 교회의 존재 목적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대는 어떤 형편에서든지 항상 말씀을 전하시오. 끝까지 참고 가르치면서 사람들을 책망하고 꾸짖어 올바로 살도록 권하시오.”(딤후 4:2 현대인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