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절은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계절인데 생각해 보면 하나님이 우리를 기다리시는 계절입니다. 노인아파트 현관에 누구를 기다리는 어른들에게 물으면 얼굴에 기쁨 가득해서 아들이 온다 손주들이 온다 신나서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그날이 아니라 다음 날이나 한 달 후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다는 전화를 받고는 그 순간부터 아파트 현관에 나와서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요즘 저도 그렇습니다. 좀 멀리 이사 간 손자가 기차타고 온다고 하면 기차 오는 시간 미리 나가 땅에 무릎을 꿇고 기다립니다. 그러고 있으면 손자가 달려와서 내 목을 붙잡고 어깨에 올라탑니다. 그러다가 안 온다고 전화를 하면 실망이 커서 안 온다는 소식을 알려주는 아내가 밉고 심통이 납니다.

아버지 유산 가지고 집을 나간 둘째 아들이 떠난 그날부터 아버지는 동구 밖에 나가 아들을 기다렸다는 예수님 탕자의 비유 말씀에 나오는 아버지 마음이 곧 멀리 사는 아이들 온다고 할 때 기다리는 제 마음입니다.

천국 가신 지 벌써 20여 년 지났는데 옛날 애틀랜타에서 목회하신 고 박성용 목사님이 목사 모임에서 설교를 하시다가 갑자기 이미자씨의 ‘동백 아가씨’ 노래를 부르시더니 나간 교인 기다리다가 울다 지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헤일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가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어…가신님은 그 언제 그 어느 날에 외로운 동백꽃 찾아오려나”

엊그제 오하이오에 사는 둘째 딸이 운전을 하고 온다고 하는데 중서부에 폭설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도 있고 아침에 떠나지 않고 일 다 마치고 저녁에 떠난다니 별 걱정을 다했습니다. 비행기 타고 오라고 하는데 항상 운전해서 오고 일찍 떠나라는데 늦게 떠나는 아비 말을 귓전으로도 듣지 않는 딸이 교회 주차장에 도착했다고 어제 낮에 전화를 하기에 번개같이 내려가서 짐 들어주고는 뺨에 뽀뽀해주고 “I love you” 했습니다.

대강절은 하나님이 우리를 간절히 기다리시는 계절입니다. 말 잘 듣고 착하고 자기가 다 알아서 잘하는 아이들도 사랑하지만 부모는 말 잘 안 듣고 고생 고생하는 자식들이 때로 더 살갑고 애틋합니다. 하나님 아버지는 우리가 집에 오기를 기다리시고 기뻐하십니다.

오늘 오후에 제가 중고등부 견신례 교육을 마친 아이들과 만납니다. ‘견신례’는 유아세례 받은 아이들이 교인이 되는 ‘입교’를 위해 준비하는 학습입니다. 견신례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은 하나님 축복받은 것입니다. 견신례는 유대인 가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인 ‘Bar Mizvah’(말씀의 아들)와 ‘Bat Mizvah’(말씀의 딸) 예식과 같습니다. ‘바 미츠바’를 하는 날 아이는 성경구절을 암송하고 아버지는 “이제 내 아들은 하나님 말씀의 아들이 되었으니 하나님이 책임지실 줄 믿습니다” 하고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예식입니다.

아기 예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대강절)과 종말에 심판주로 오시는 예수의 재림은 구원의 시작과 완성입니다. 어둠과 억압이 가득 찬 유대 땅에 소망, 사랑, 평화와 기쁨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로 시작되는 구원의 역사가 세상 종말이 오고 하나님 새역사의 도래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번 대강절에 우리 심령 중심에 아기 예수를 영접하기 위해 나를 비우고, 죄를 사모하던 삶에서 하나님 아버지께로 돌아와서 진정 하늘에는 기쁨, 땅에는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