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장 기세는 한풀 꺽이는 것 같습니다. 미국 남부와 서부지역 중심으로 이번 주 부터 사업체들이 조금씩 열린다고 합니다. 뉴욕을 비롯한 동부는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교회가 감당해야 할 책임은 무엇인가에 대해 어제 기획위원회에서 토의를 했습니다. 시급한 것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라는 제안이 있어서 필요한 이웃들에게 필요한 음식 등을 나눌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두 달여 가장 큰 마음의 부담은 사람이 사람 노릇하기를 거부해야 하는 현실이었습니다. 지난 주에도 의료단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할 수 있도록 교회 주차장을 하루 열어달라는 부탁이 있었는데 거절했습니다. 동네가 인구밀도가 높고 열린 공간이 아니기에 위험하다는 것이 제 입장이었습니다. 한달 전에도 노던 블로버드 길가에서 일자리를 찾는 히스패닉 이웃들에게 마스크를 나누어주면 어떻겠느냐고 부목사들이 제안하기에 감염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말 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마스크 만든 것도 의료기관에 박스로 전달하고 오도록만 했습니다. 교회 건물에 누가 못들어오게 하고 주일 예배 때 예배당을 철저히 봉쇄해서 관계자들만 영상예배 준비를 시켰습니다. 목회실 근무도 오전 오후반 나누어서 가능하면 거리를 두도록 했습니다. 제 사무실은 철저히 접근을 금지 시켰습니다. 안전우선 원칙을 지키느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조금씩 풀린다고 하니 그동안 못했던 사람노릇 교회노릇 조금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눔을 제안하시는 장로님이 ‘C- ration’이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제 어린시절 고향교회에 가끔 미군부대 군목이 오셨습니다. 올 때 마다 지프차에 ‘씨레이션’을 잔뜩 가지고 왔는데 그날이 되면 우리는 평상시 먹을 수 없는 신기한 것들을 맛보는 행복을 누렸습니다. 지금 뉴욕 뉴저지에도 들어와 있는 메트로은행 이사장되시는 집사님이 오래전 저소득층 어린이 주말급식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도우셨습니다. 지원금이 커지길래 제가 음식만 아니라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학습지도도 같이 하자고 제안했더니, “목사님, 먹는 것에 집중하면 좋겠어요”하십니다. 이유를 물으니 “제가 어린시절 미국에서 온 잉여 농산물로 만든 옥수수빵을 먹었던 기억 때문입니다. 그것 없었으면 저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저는 어느 어린이도 배고프지 않은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셨습니다.

오래전 교인 심방을 갔는데 그 집 거실에 크게 쓰여진 가훈이 있었습니다. “가난은 죄다” 그분은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 매정하고 잔인한 말을 잘하셨습니다. 알고보니 가난에 진절 머리가 나서 죽어라고 돈벌어서 부자가 된 분입니다. 그리고 사명의식을 가지고 “대한민국 영웅은 박정희입니다. 대한민국 경제를 살린 분입니다” 기회만 있으면 저를 설득하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자서전을 내고싶다며 원고를 제게 가지고 왔습니다. 읽고 나니 왜 그런 인생관을 가지고 살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어려서 가족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보았고, 남의 집 머슴살이 해서 학교를 다녔고, 머슴살이할 때 집주인 장로가 다니는 교회 다니면서 무시 당하고 서러움 당한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베트남 전쟁 당시 그곳에 가서 일을 해서 돈을 벌었고, 그 이후 미국에 와서 정말 죽어라고 돈을 벌었던 것입니다.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제가 “권사님, 이제는 교회 권사도 되셔서 예수 잘 믿겠다고 하나님께 약속했으니 남은 인생 멋지게 베풀고 사셔야죠?”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네. 목사님 그렇게 살께요. 감사합니다”하셨습니다. 그래서 굶었던 기억이 있는 고향 학교에 장학금도 보내고 가난하고 어려운 젊은이들이 꿈을 가지고 사는 일에 돈을 쓰셨고 제가 필요하다고 하는 일이 있으면 기쁘게 항상 도와주셨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무기력함과 못난 모습을 드러나게 했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교회의 본질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습니다. 이 무서운 전염병 확산이 줄어들고 모든 삶의 영역이 회복되고 예배당 문이 열리면, 우리는 더욱 그동안 하고 싶어도 못했던 예수 잘 믿는 삶이 무엇인지 내용으로 채워야 할 것입니다.

김지하 시인이 오래전 “밥은 하늘입니다… 밥은 모두 서로 나눠먹는 것”이란 시를 썼었죠. 교회는 하나님을 나누는 곳인데 때로는 밥이 하늘이고, 하늘은 나누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그 하나님, 밥을 나눈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가능합니다. 급식박스 나눔 몇번이나 할지는 모르지만, 한 사람의 급한 마음 그 배고픔에 잠시라도 도움이 된다면 하나님 기뻐하실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