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에 ‘도시 청년목회 비전나누기’ 모임을 하려고 합니다. 얼마전에 교단 분리가 현실화되니 연합감리교단 진보의 리더격인 분이 저를 찾아와 “우리는 헤어지지 맙시다” 합니다. 그분과 저는 평생 길을 함께 걸어왔는데 한인교회 목회를 하는 내가 어쩌면 새롭게 만들어지는 감리교단으로 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찾아온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교단이 혹시 갈라진다 해도 우리는 함께 사는 길을 찾읍시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안된 것이 ‘도시목회’ 파트너쉽을 위한 비전 나누기 모임입니다. 현재 시카고연회 교회개발위원회 총무인 이종민 목사님과 보스톤연회 감리사인 장위현 목사님 두분이 도시목회에 지대한 관심과 전문성을 가진 분들인데, 이분들과 더불어 보스톤, 뉴욕, 시카고에서 도시 청년목회에 관심이 있는 목회자들과 만남을 가지려고 합니다. 도시 청년목회는 교리적인 차이점보다, 신앙실천의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1월에는 QT말씀묵상 세미나가 ‘기쁨의 언덕’ 묵상집 편집자이면서 한인총회 선교총무인 류계환 목사님을 강사로 모시고 있고, 2월에는 ‘샬롬아카데미’(평화학교) 첫 프로그램으로 ‘연합감리교회 교리와 사회원칙’을 번역한 권혁인 목사님 외 여러명의 훌륭한 강사들을 모시려 합니다. 한인교회들이 갈라진다 해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논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기쁨의 언덕으로’를 통한 큐티사역과 ‘평화위원회’가 지난 30여년 지속해 온 정의와 평화사역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와같은 모임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우리교회가 하나되는 일과 함께하는 일에 쓰임받게 되면 좋겠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갑작스런 위기감이 교단내에 돌게 되면서 좋은 현상도 일어납니다. 자던 사람들이 깨어나는 것이고,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는 일들입니다.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도 새롭게 던지게 되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켜내야 하는 것인가?”라는 선교우선(missional priority)에 대한 경각심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인총회 총회장인 류재덕 목사님이 오는 5월 교단총회가 끝나는 바로 다음 주간에 한인총회를 저희 교회에서 모이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 우리 연합감리교회 교단은 물론 한인교회들의 미래와 방향성에 대해 기도하고, 논의하며 주님의 뜻을 구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역사적이고 중대한 시점에 한인총회를 준비하면서 후러싱제일교회가 단순히 장소 사용만이 아니라 모든 한인(교회) 목회자 및 평신도 리더들의 마음을 엄마 품처럼 잘 아우를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해 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부탁을 드립니다.” 내용 자체도 그렇지만 ‘어머니 품’이라고 하지 않고 ‘엄마 품’이라고 한 부분에서 가슴이 뻐근해지면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벌써 오래전 Robert Bly가 ‘The Sibling Society’라는 책에서 “오늘의 미국사회는 어른들은 없고 아이들끼리 싸우는 시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정말 오늘날 우리의 어려운 현실을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아플 때면 우리는 엄마와 아빠가 많이 그립습니다. 길이 안보일 때 스승이 생각납니다. 잘못하면 엄하게 꾸중해주고, 잘하면 어깨 두드려주는 어른이 아주 많이 아쉽습니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남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지난 목요일 미국교회에서 목회하는 젊은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교단이 갑자기 변하는데 자기들은 의견을 낼수도 없지만, 무슨 일이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현실의 아픔을 말하는데 많이 민망하고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가장 큰 피해를 보게될 사람들이 또한 이 젊은이들이라는 생각이 드니 안타까웠습니다.
남아공 인종차별 역사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원수가 공생공존의 파트너가 되는 새역사를 가능하게한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와 디 클럭(de Klerk)이 생각났습니다. 손주 세대에게 분쟁이 아니라 평화를 유산으로 주기 위해 캠프데이빗 평화협정을 체결했던 이집트의 사다트(Sadat)와 이스라엘의 베긴(Begin)이 생각났습니다. 물론 이런 파트너쉽이나 협정들도 다른 지도자들이 통치하면서 깨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른이 감당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오는 5월 한인총회 주제를 보니 “끝까지 이루실 하나님!”(빌립보 1:6)입니다. 총회 표어 뒤에 “!”표를 찍은 마음이 느껴집니다. 기도이고 고백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교회의 주인은 주님이시니 주님만 믿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