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초 희년 컨퍼런스와 부흥회 잘 마쳤습니다. 주제가 생소하기도 하지만 거창한 내용들이 컨퍼런스에서 많이 거론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 하신 말씀이 오늘 우리 교회에 주시는 거룩한 사명입니다. 요한 웨슬리는 이것을 복음으로 가정과 교회와 나라와 민족을 개혁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이 크고 중요할수록 말씀과 기도에 힘써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오병이어 기적 후 홀로 산으로 가셨고 십자가 길 기도하셨습니다. 컨퍼런스와 부흥회가 끝나고 어느 분이 제게 앞으로 이 큰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묻기에 저는 내일 아침 새벽기도 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일에 쓰임 받으려면 우리 스스로가 하나님 말씀과 기도에 전념해서 주님의 사랑과 은혜로 차고 넘쳐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편 23에서 “내 잔이 넘치나이다”가 그것입니다.

예수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예수 믿으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예수로 자유와 해방을 맛보지 않은 사람이 하나님 나라 이야기해야 소용없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능력에 있음이라”(고전4:20) 했습니다. 믿음은 남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이번에 성지순례 다녀온 큰 수확은 성경을 읽을 때 척박하고 메마른 유대 광야를 생각하면서 읽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 감추어진 주옥같은 생명과 소망의 말씀이 보다 잘 보여집니다. 세상에 아무리 해야 할 일이 많아도 내가 해야 할 일만 나는 할 수 있습니다. ‘인생 후반전’(Halftime: Moving from Success to Significance, Bob Buford)을 보면 세상 많은 사람들은 생존(Survival)을 위해, 소수 우수한 사람들은 성공(Success)을 위해 살지만, 하나님의 사람들은 ‘위대한 삶’(Significance)을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그것은 하나님이 나에게만 맡겨 주시는 거룩한 사명이라 했습니다. 그것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요즘 ‘홀로 있음’을 훈련합니다. 옛날 내 스승께서 “남을 보려고 하지 말고 눈을 감고 네 속을 보아라” 하셨던 말씀을 생각합니다. 교단분리의 현실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함께 할 길을 모색하고자 했지만 안되었습니다. 그래서 ‘양비론자’라는 비난도 받다가 “목사님 그러다가 혼자 남습니다”라는 협박도 받았습니다. 정말로 요즘 기차 떠난 역전 벤치에 홀로 남아있는 나 자신을 봅니다. 그런데 마음이 편합니다. 그동안 오지랖이 넓어 괜한 책임감과 부담이 많았는데 홀가분합니다. 인생 후반전에 내게 맡겨진 그 몫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것이 뭔지 보이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어제 새벽기도 본문에 보면 유다 나라가 망하면서 지도자들은 포로로 끌려가고 성전은 불타고 성벽은 무너지는 내용이 나오지만, 그것이 정죄와 저주가 아닌 새로운 역사를 준비시키시는 하나님 뜻이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이에 토지가 황폐하여 땅이 안식년을 누림 같이 안식하여 칠십 년을 지냈으니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의 입으로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더라.”(역대하 36:21)
오늘 행여나 우리에게 ‘황폐한 현실’이 있다면 하나님이 새롭게 하시는 안식과 은혜의 시간으로 채워야 할 것입니다. 며칠 전에 목회지가 없어서 걱정하는 목사에게 기다리는 시간 성경 열심히 읽으라 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울수록 더욱 밝고 희망찬 얼굴을 하고 옷도 후질구레 입지 말고 폼 나게 하고 다니라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판단하는 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가지는 자화상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근심 걱정에 한숨을 일삼거나 자기 스스로의 자화상이 찌질한 사람을 목사로 보고 싶어 할 교인들 없기 때문입니다.

‘희년’은 하나님 은혜의 해 선포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의 고백이 있을 때 죄에서 구원받은 자가 되고 하나님 사랑과 은혜의 자녀로 사는 것입니다. 희년교회가 된다는 것은 예수 복음으로 내가 예수 사랑과 은혜, 자유와 해방된 행복이 넘쳐흐르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런 교인들이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선교적 교회를 이루어 갈 때 성령께서 도우셔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실 것입니다.

희년교회를 이루는 위대한 비전을 저에게 질문할 때 “내일 새벽기도 설교 준비하는 것입니다”라고 답한 이유는 하나님이 이루시는 역사를 사람이 뭘 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직 그 은혜로 예수로 행복하고 부르심에 순종해서 내게 맡겨진 그 거룩한 몫에 최선 다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