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오후 행정임원회에서 저를 위해 중요한 결정을 했습니다. 교회 ‘약속의 땅’ 묘지 두 자리를 공짜로 주기로 한 것입니다. 사실 얼마 전에 나도 때가 되면 세상 떠날 텐데 어디에 묻힐까 생각하다 교회 묘지 두 개를 구입할 생각을 했었습니다. 가격은 30년 전 그대로 이기 때문에 제가 돈을 내도 전혀 부담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왠지 교회가 10년 넘게 목회하고 있는 나에게 두 자리 주면 체면이 설 것 같아 은근히 여기저기 제 바램을 흘렸지만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교회 묘지 환불이 되냐 안되냐 토론하다가 갑자기 저를 위해 두 개를 배려하자는 결정을 했습니다. 제가 죽은 후 일어날 이야기를 웃으면서 토론하고 예상치 않은 결정을 한 것이 재미있는 ‘거룩한 희극’(divine comedy)이었습니다.

지난 주간 희망나눔 마중물 선교비 후원을 받은 몇 교회에서 감사 인사한다고 찾아왔습니다. 예배당 들어오는 입구 타일 깨지고 여기저기 시멘트 칠 엉성하게 되어 있고 복도 벽 페인트 벗겨진 것을 보고 한 분이 “목사님 교회가 돈이 많이 남아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봐요?” 합니다. 그래서 교회가 구제하는 일과 선교에 인색하지 않으니까 재정이 넘쳐서 그런 줄 알고 헌금 하지 않는 교인들도 있고 대부분의 좀 큰 교회들이 가지는 ‘풍요 속의 빈곤현상’이 나름대로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건물 수리는 재정이 어려워서 그런 것은 아니고 더 망가지고 보기 흉해지면 교인들이 알아서 할 것이고 교회의 어려움은 해결해 나갈 과제이지 문제는 아니라고 했더니 “목사님은 어떻게 목회를 그렇게 행복하고 당당하게 하시는지 부러워요”합니다. 다른 직업은 몰라도 목회야말로 불행한데 억지로 하거나 사람 눈치 보면서 해야 한다면 ‘지옥의 비극’(Tragedy of Hell)일 것입니다.

오늘 저녁에 ‘희년음악회’가 열립니다. 불려질 곡 가운데 성가와 찬송가도 있지만 상록수과 아침이슬 등 민주화의 열망과 정의와 평화를 소망하며 불렀던 노래들도 있습니다. 합창단에 참여하는 몇 분이 “목사님! 교회 노래가 아닌 세상 노래도 부르네요… 그런데 불러보니 좋아서 그냥 하려고 해요”하셨습니다. 은혜로운 마음으로 참여하시는 여러분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상록수는 10년 전 제 취임 예배 때 성가대가 불렀습니다. 찬조 출연 팀들은 보다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계시지만 후러싱제일교회 주빌리 합창단 명단을 보니 아마추어가 많이 계십니다. 그런데 Amateur는 라틴어 “amator”로 lover (사랑하는 사람)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진짜 찬양을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그러니 실수도 있을 것이고 제대로 잘 못 부르는 분들도 있을 것이지만 모두 행복할 것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지난주 아주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 교회 모퉁이 무화과 나무에서 열매가 열려 먹어보니 잘 익어 달았습니다. 예수님이 3년 지나도 열리지 않으면 나무를 잘라버리라고 하셨는데 10년 만에 열린 첫 열매를 먹을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했습니다. 올해 창립 50주년 희년에 주시는 하나님 메시지가 무화과 열매에 담겨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희년음악회에 제가 초청 가수로 초대받았습니다. 마지막 피날레 곡 ‘상록수’ 첫 시작 “저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 “를 제가 부를 것입니다. 생전 처음 큰 음악회 무대에 서게 되어 두렵고 떨리지만,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인지라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