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오늘은 그 첫 주일 어린이 주일입니다. 이런 글이 있습니다. “어린이가 입기 좋은 옷은 비싼 것이 아니라 입고 마음대로 놀 수 있는 옷입니다. 어린이가 살기 좋은 집은 깨끗한 집이 아니라 마음대로 장난할 수 있는 집입니다. 어린이가 살기 좋은 가정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가정이 아니라 흠이 있어도 이해하고 감싸주는 가정입니다. 어린이가 다니기 좋은 학교는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는 경쟁마당이 아니라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놀이마당입니다. 어린이가 살기 좋은 세상은 지식과 물질이 넘치는 곳이 아니라 사랑하고 꿈꾸기 좋은 세상입니다.” 어느 분이 ‘어린이날을 축하하며’라고 쓴 글인데 마음에 드는 글입니다.
노경선 박사가 몇년 전에 쓴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예담)이란 책 가운데 김춘수 시인의 ‘꽃’을 인용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많은 부모님들에게 ‘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했습니다. ‘꽃’이 이렇게 시작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예수님은 로마군대가 주둔해 있던 동네 무덤사이를 돌아다니며 살던 젊은이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물으셨고 그 젊은이 속에 많이 들어가 있던 귀신들을 몰아내셔서 제 정신이 돌아오게 치유하셨습니다. 이름을 불러주는 사랑이 있어 자기 자신이 얼마나 하나님에게 귀한 존재인지 거룩한 자화상이 회복된 것입니다.
좋은 부모 되기 위해 많이 기도하고 공부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가정은 사랑과 은혜를 배우는 학교인데 상처와 아픔의 큰 흔적을 남기는 곳이 된다면 가슴 아픈 일입니다. 때로 조금만 노력하면 많이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는데, 그 한 발짝을 내디디지 못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좋은 부부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세월인데 미워하고 상처를 주느라 바쁘게 살면서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어 정말 아름다운 꽃이 되도록 돕는 가정되어야 합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랑은 거저 되는 것 아닙니다. 배워야 하고 투자해야 하고 기도하고 때로 많이 아파하면서 되어 가는 과정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이 하나도 들지 않고 문제 하나도 없이 키웠다는 부모가 있을까요? 아이들 키우면서 많이 울고 애타고 피가 마르고 마음 조리며 기도하고 또 기도하면서 자녀들을 키우는 것이 대부분 부모들의 경험일 것입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일이 있습니다. 미국에 이민 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당시 고등학교 다니던 동생이 친구의 실수로 다리에 총을 살짝 맞고 집에 들어온 일이 있었습니다. 피를 흘리면서 들어오니 아버지가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병원에 가면 친구가 경찰에 잡히니 절대로 안된다고 동생이 고집을 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자 아버지가 화를 내면서 “그렇게 말을 듣지 않으려면 당장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정말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한시간 정도 지난 다음에 아버지가 동생 찾으러 나가자고 하셨습니다. 한참 찾아도 보이지 않으니 아버지가 짐승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아파트 뒤 계단에서 울고 있는 동생을 찾았는데 동생을 붙잡고 아버지가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다. 집에 빨리 들어가자.”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와 동생은 엉엉 울면서 집에 들어가고 나는 말 듣지 않은 동생을 아버지가 왜 혼내주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신이 잘못했다고 하시는지 불만에 가득차서 저런 놈은 혼을 내줘야 정신차리 는데 아버지가 미국에서 혼자 오래 사셔서 자녀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불평하면서 뒤 따라갔던 일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세상 떠나시고 나는 의무적으로 필요한 날 산소를 찾았지만, 그 동생은 생각날 때마다 찾았습니다. 의무감이 강한 장남과 은혜를 아는 차남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 키울 때 가끔 “나를 키우면서 어머니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하게 될때마다 내 아이들은 나보다 훨씬 훌륭한 자녀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는 다 커서 내가 아이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내 역할이 잔소리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긍정하고 사랑하고 기도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나의 이 깊은 사랑을 아이들이 알아주면 좋겠지만 아니라고 해도 그리 섭섭해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가 내 부모에게 잘못한 것 속죄하는 마음으로 내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냥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5월은 하나님 기뻐하시는 가정을 만드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