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들아이가 카톡에 사진을 한 장 올렸습니다. 할머니와 뜯은 나물들입니다. 치매기운으로 아들 삼형제는 확실하게 기억하는데 손주들은 수시로 누구 아이들인지 확인하시는 할머니와 나물을 뜯은 아들을 생각하며 내게 주는 최고의 어버이주일 선물이라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아들이 대통령되기를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괜찮은 대학을 나와 Peace Corps (평화봉사단)으로 지도자되는 훈련받고 괜찮은 직장생활 멀쩡하게 하더니 몇 달 전 직장 그만두고 요리학교에 입학했다고 통보를 했습니다. 왜 엄마아빠와 의논하지 않았느냐 했더니 그러면 분명히 반대했을 것이니 통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혔지만 자기 인생 자기가 결단하고 아비를 넘어서려는 아들이 한편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달 전 아무래도 요리에 달란트가 없는 것 같아 법대를 가려고 시험 준비한다고 합니다. 내 아들이 대통령되는 기도제목은 이미 접었고 새벽기도 시간마다 좋은 요리사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생 코스가 또 바뀌었다고 하니 무엇을 해도 너만 행복하면 된다 그러니 왠만하면 안전한 길 찾아 가면 좋겠다 하나님도 기도제목이 자꾸 바뀌니 힘들어 하실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정말 변호사가 되건 요리학교 나와 라면가게를 차리건 무엇이 되건 하나님 기뻐하시는 일 하고 일하면서 행복하기만 하면 좋겠다는 것이 제 바램입니다. 물론 내 욕심 바닥에는 혹시 내 아들이 목사가 되어도 좋지않을까 생각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애비인 나는 평생 한번도 어머니옆에서 그렇게 있어본 적이 없는데 내 아들은 할머니와 나물을 뜯고 반찬을 같이 만들고 있다니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나 요즘 행복해.”라고 말하더랍니다. 뭔소리인지 모르겠지만 그러면 된 것 아니냐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어버이주일입니다. 미국에서는 어머니주일이지만 한국에서는 아버지도 포함해서 어버이주일로 지킵니다. 살아계신 부모님들도 계시지만 이미 천국에 계신 부모님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살아서 만이 아니라 부모는 세상을 떠나서도 자녀들에게 거룩한 영향력을 줍니다. 저는 항상 나를 목사되도록 인생 최고의 기쁨이 무엇인지 보여주신 아버지의 신앙유산을 감사합니다.

오래전 Bruce Feiler가 ‘The Council of Dads’(아버지들의 협의회)를 썼습니다. Feiler는 Walking the Bible이라는 베스트 셀러를 쓰면서 젊은 나이에 책을 쓰는 사람으로서는 최고봉에 오르고 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가 43살이 된 어느 날 아주 희귀한 암에 걸려 병원에 누워있게 됩니다. 죽음의 두려움 가운데 병실에 누워있는데 3살된 딸 아이가 자기를 향해 환하게 웃으면서 달려오더랍니다. 그때 그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이 마음속으로 스쳐갔다고 했습니다. 그 생각을 하다가 그는 힘없이 무너지고 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받고 나서 자기 딸에게 대신 아버지가 될 수 있는 친한 친구 9명을 찾아다니면서 그들로 하여금 아버지 역활을 대신해 줄 ‘아버지들의 협의회’를 구성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옛날 기독교 전통이었던 ‘대모’(Godmother)와 ‘대부’(Godfather)의 중요성의 필요입니다. 아프리카 격언인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라는 말의 중요성을 상기시켰습니다.

우리교회가 동네아이들을 예수 사랑으로 함께 키우는 ‘부모들의 협의회’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