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김정호

봄이 왔습니다. 여기저기 꽃이 폈습니다. 황량하게 붉은 벽돌 아파트들과 콩크리트만 보이는 것 같았던 후러싱 우리동네에도 여기저기 이름을 잘 모르는 꽃나무들이 얼마나 이땅을 눈부시게 아름답게 하는지 모릅니다. 일기예보에는 진눈개비가 뉴욕과 동부일대에 내린다고 했지만 그냥 침침한 부슬비만 내리고 있습니다. 분위기는 밝지 않은 비일지라도 봄의 생명에 꼭 필요한 비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비가 왔으니 이제 도시 전체가 꽃으로 변할것 같습니다.

비가 내리고 난 후 나무와 꽃들이 피어남은 우리들 역시 생명있는 신앙으로 꽃피워야 함을 말해줍니다. 사순절 40일을 지나 부활절이 오는 것과 같이 우리들도 이 계절 인생의 천둥과 먹구름을 꽃피우는 준비로 여길 수 있는 성숙한 신앙으로 살수 있어야겠습니다. 모든 일이 다 항상 새롭게 시작하는 변화를 요구합니다. 그리 아니하면 고여서 썩거나 지루하고 진부해져서 생명력과 생동감을 상실합니다.

어느 목사님의 글 가운데 이런 말들이 있었습니다. “성장하는 고통을 선택하라”, “썩은 고목이 아니라 저수지가 되라.”, “오래 엎드린 새가 높이 난다.”,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참 깊이 있는 단어의 선택입니다. 거듭 되새김을 할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글쓰는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 창조의 고통을 거치는줄 압니다.

얼마전 어느 모임에서 요즘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가면서 나누었습니다.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지저분하게 널려있는 내 옷장과 사무실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자료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끌고다니는 인생의 짐들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교회 부흥도 아니고 조국 평화통일도 아니고 세계선교도 아닙니다. 봄이 오면 항상 반복하는 나의 고민은 정돈되지 않는 매일매일의 생활입니다. 쌓여있는 쓰레기만큼 스트레스가 커집니다. 한번 싹 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무책임한 어린시절의 생활습관이 이 나이에도 계속되니 참 한심하기만 합니다. 언제인가는 고쳐야겠습니다.

예수님 부활하시고 못난 제자들 다시 찾아다니시는 이 계절 나도 “그래야 했는데…”, “그랬으면 좋았을 걸…”, “앞으로는 정말…” 이런 후회의 말을 반복하며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필요없는 물건들은 정리를 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은 그만하고 정말 더욱 깨끗하고 단순하고 정돈된 생활을 해야지 이대로 계속가면 숨이 막혀서 안되겠습니다.

비가 온 다음날 해가 뜨면 어린 시절 어머니는 집마당에 이불을 내다 걸어 말리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우리네 삶에도 봄이 왔으니 눅눅한 것들을 햇빛에 내놓는 심정으로 내 삶의 부끄러운 감추었던 것들을 내어놓고 대청소를 해야겠습니다. 그래야 비가 많이 오 이후에 잡초가 무성한 인생이 아니라 아름다운꽃들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삶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