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사도행전을 본문으로 하여 주일 설교를 합니다. 이를 통해 이 시대 교회가 회복해야 할 참 모습을 찾고자 합니다. 한편, 우리는 7월부터 새벽마다 미가 말씀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보고 있습니다. 미가 선지자는 타락과 부패의 현실에 대해 ’재앙의 때’를 선포하면서도 하나님께서 ’남은 자’와 ’길을 여는 자’들을 통해 구원의 역사를 열어가실 것을 제시합니다(미2:12-13). 6장에 보면 싯딤에서 요단강을 건너 길갈로 간 길을 기억하라고 합니다. 싯딤은 광야생활 마지막 길에서 저지른 음행의 과거이고, 길갈은 하나님이 열어주시는 미래를 향해 전진하면서 요단강 깊은 곳에서 들고 나온 돌들로 쌓아놓은 기념비가 있는 땅입니다. 하나님은 훗날 가나안 땅에서 태어날 후손들이 그 돌의 의미가 무엇이냐 묻거든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그들에게 이야기 해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오늘 오후에 합동임원회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다룰 내용이 오늘날 이민교회가 직면한 ‘2세들의 조용한 탈출’과 ‘영적 이산가족의 현실’을 해결할 길을 찾는 것입니다. 1970년대 이민교회는 자녀교육을 위해 미국에 이민을 왔다는 목적이 분명하여 학교 공부도 열심히 시킴과 동시에 교회 교육을 위해서도 많은 투자와 헌신을 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넘어오면서 2세들이 교회를 떠나가는 ‘조용한 탈출’ ‘(Silent exodus)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뉴욕같은 경우는 팀 켈러 목사의 Redeemer Church와 같이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미국교회에 다니는 것을 감사히 여길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지난 10여 년, 청년기를 넘어 가족을 이루고 장년이 된 한인 2세들이 미국 교회에서도 서서히 탈출하고 있다는 것과, 게다가 한인교회로도 돌아오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감사한 것은 우리교회는 교회 분쟁과 분열의 어려움 중에서도 한어권과 영어권 청년들이 든든하게 자기 자리를 지켜온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한어권이나 영어권 이나 모두 30대를 넘어가는 세대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청년에서 청장년으로, 그리고 장년으로 넘어가는 연결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청년들은 활발하게 움직이는데 교회의 허리가 되어야 할 40와 50대 층이 약하다보니 세대와 세대를 연결할 징검다리가 없습니다. 풀어야 할 과제는 어떻게 공동체 의식과 자기 주체성을 든든하게 간직하고 있는 청년공동체와 영어 목회(EM)를 잘 지켜내면서도 세대를 뛰어넘어 다문화, 다인종까지 담아낼 수 있는 교회로 발전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교회 안에서는 공통점을 공유하기 보다는 세대와 언어로 시작한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각기 다른 자기들만의 영역으로 들어가고자하는 소위 ‘칸막이화’(Compartmentalization)의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세분화 된 목회를 통해 발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교회에 오면 각자 칸막이에 들어가 서로를 만나지 않아도 되는 이상한 동네가 되고 말았습니다. 일년에 한 두번 한영합동 예배를 드리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게 되다보니 결국에는 한 지붕에 여러 이질적인 집단들이 모여있는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1970년대부터 교회를 지켜온 세대는 고령화되었고, 우리 자녀들이 더 이상 우리 교회에 오지 않으며, 다른 교회에도 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함께 해결해야 할 심각하고 중요한 과제입니다.

얼마 전, 우리교회 한어청년과 영어목회에서 담임목사가 설교 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청년공동체에서는 담임목사가 청년예배에서 설교하지 않는 것이 청년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고, 영어목회에서는 새로운 목사를 찾기 전까지 담임목사가 설교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환갑을 넘은 사람이 설교를 하면 젊은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할 것으로 여겼는데, 그렇지 않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제가 영어설교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현실이 솔직히 저를 두렵게 만듭니다. 저는 2세도 아니고, 영어권 목사도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함께 넘어서야 할 중요한 과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저도 ‘길을 여는 자’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 중요한 전환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교우 여러분의 기도와 헌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