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절 촛불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가지는 소망, 평화, 사랑과 기쁨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성탄절 예배에서는 예수 생명을 의미하는 Christ candle이 밝혀집니다. 올해에도 중고등부와 청년들의 글을 담은 ‘약속의 증거와 희망의 씨앗’(Signs of Promise, Seeds of Hope) 명상집이 출판되고 예수 사랑 나눔 동전모으기 캠페인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해인 수녀가 쓴 대강절 기도문 “길이신 이여 오소서”의 일부입니다. …기름이 모자라고 쌀이 모자라고/ 모자라는 것 투성이의 이 춥고 메마른 땅에서/ 사랑의 기름이 모자라고 신앙의 쌀이 모자라는/ 우리네 가슴의 들판도 비어 있습니다. … 이 거칠고 스산한 황야의 어둠을 밝히시러/ 길이신 이여 오소서/ 슬픔을 딛고 일어설 희망을 주기 위해 오소서/ 죽음을 딛고 일어설 생명을 주기 위해 오소서/ 당신의 뜻 대신 내 뜻으로 가득 찬/ 당신의 고통 대신 나의 안일함으로 가득 찬/ 당신의 겸손 대신 나의 교만으로 가득 찬/ 마음의 땅을 갈고 닦게 하소서/ …좀 더 부지런하지 못해 쭉정이처럼 살아 온 날들을 용서하시고/ 믿음이 깊지 못해 좋은 열매 맺지 못한 날들을 용서하소서/ 육신과 영혼의 곳간을 사랑의 알곡으로 채우실 분은 당신이오니/ 우리의 걸음이 흔들릴 때마다/ 우리가 더욱 당신을 바라보게 하소서/…많이 참아서 많이 기뻐하고/ 오랜 투쟁 끝에 오랜 승리를 누리는/ 당신의 백성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오소서/ 오소서/ 길이신 이여 오소서/ 아멘.
“길이신 이여 오소서” 앞으로 성탄절이 오기까지 우리의 기도가 되기를 빕니다. 이해인 수녀의 기도를 읽으면서 예전에 나도 기도문을 쓰고 가끔은 시도 쓰던 때가 있었던 것을 생각했습니다. 내 자신의 삶 속에서 우러나오는 느낌과 생각을 함축된 글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요즘은 가능하면 평범한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에 담아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내가 만난 최고 rhetoric(수사학)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곽노순 목사님께서는 20대 중반에 실력없으면서도 무엇인가 해보려고 애를 쓰는 나에게 “이 사람아, 단어가 그냥 모여지기만 하면 글이 되나? 짧은 글이라고 모두 시가 되는 것 아니고 길게 쓴다고 산문이 아니지.”하셨습니다. 그 어른의 글은 한 줄의 말도 책 한 권을 읽는 것보다 많은 깨달음을 줬습니다. 비어있는 공간이어도 그 분의 것에는 그득한 그 무엇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글도, 빈 공간도 가능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준비된 지식과 경험의 창고가 가득해야 하고 삶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이 세련되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넉넉함이 없는 마음에서는 좋은 시나 기도문은 말할 것 없고 그냥 한 줄의 글도 쉽지 않습니다.
아기 예수 오심을 기다리는 대강절은 기도와 기다림 그리고 기대함으로 준비하는 계절입니다. 이 계절 보다 깊고 진지한 기도가 회복되기를 소원합니다. 그리고 다시 우리 삶 가운데 또 새로운 소망, 사랑, 기쁨과 평화의 역사를 기대합니다. 빛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가 우리 삶 속에 다시 오시는 것입니다.
준비된 기다림이 되어야겠습니다. 우리 교회 주일학교 학생들은 대강절 기간동안 양로원을 방문해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른다고 합니다. 청소년들은 어려운 이웃돕기를 위해 동전모으기에 열심히 참여하고 청년들은 벌써 교회 마당 나무에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불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온 교회가 크리스마스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즐겁게 분주합니다.
저는 이번 주말 나성에 있는 Los Feliz 한인연합감리교회 ‘이웃초청’말씀집회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9년 전에 예배당을 예쁘게 건축했을 때 부흥회를 인도하러 왔었는데 당시 부목사가 담임목사가 되셔서 저를 다시 초청했네요. 목요일에는 도착해서 남가주 감리교 원로목사회 어른들 점심식사 대접을 했습니다. 제가 20대 초반 목회를 시작했을 때 모두 기라성같은 목회를 하시고 호랑이처럼 어려웠던 어른들인데 80세가 다 넘으셨습니다. 100세에 이르신 조찬선 목사님도 빗길을 직접 운전하고 참석하셨습니다. 7년 전 당시 원로목사회 총무이셨던 이창순 목사님이 제게 “김 목사 언제 은퇴하니?” 여쭈시기에 이유를 물으니 “오늘 원로목사회 임원회 했는데 김 목사 은퇴하면 캘리포니아로 오라고 해서 원로목사회 총무맡기자는 의견들이 있었다.”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때 제가 “아니, 내가 지금 50중반 겨우 되었는데 노인들이 무슨 말씀들 하세요?”하면서 웃었던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총무하시는 민병열 목사님이 “김 목사, 빨리 은퇴하고 와서 내 후임해라.”하십니다. 지난 40년 가까운 내 목회 가장 가깝게 아껴주고 이끌어주신 선배 어른들이 여기에 모여서 재미있게 은퇴생활을 즐기고 계신 모습이 참 고마왔습니다. 내가 은퇴하기를 기다려 주시는 어른들이 많이 정겹고 고마왔습니다. 정말 앞으로도 자주 이 쪽에 올 때마다 식사대접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회부흥을 목말라하고 최선다하는 목회자들을 만날때 마다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부목사로 로스 펠리즈 교회를 7년 동안 섬기고 이제 담임목사로 7년을 섬기고 있는 신병옥 목사님에게서 교회부흥에 대한 강한 열정을 느껴 너무도 감사하기만 합니다. 교회마다 전도가 어렵고 부흥이 안되는 어려운 때가 오히려 하나님이 믿음의 사람들에게 주시는 부흥의 기회라는 말을 나누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많이 빠져나가고 연세 많으신 분들이 교회를 지켜내야 하는 어려운 현실이기에 고목나무와 같은 늙은이들에게도 성령이 임하면 하나님의 거룩한 꿈을 꾸게 되어 레바논의 백향목처럼 쓰임받게 된다는 말씀도 나누고 있습니다.
하나님 이 땅의 교회들 마다 하나님이 일으켜주시는 부흥의 역사를 주시고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이 대강절, “오소서 오소서 길이신 이여 오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