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말에 한국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가 한국기사연과 YMCA, YWCA, KNCC등과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 공동주최로 열리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진영의 연합으로 이번 행사를 치르게 된 것이 저는 잘 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독일에서 소망의 신학자 몰트만 교수가 오고 한국에서 백낙청 교수, 강만길 교수와 더불어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이재정 전 통일원장관등이 강사로 나서며, 마지막 패널 ‘변화하는 세계 환경 안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전 국립외교원장 윤덕민 박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패널리스트로 일본 평화재단의 신이치 노구치 선생, 한국 ‘평화 코리아’의 허문영 박사 그리고 ‘평화와 갈등 연구소’의 Kerney 소장이 참여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제가 연합감리교 평화위원회 고문 자격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며칠 전에 이번 대회 프로그램 책자를 받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몇 달 전 주최 측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이렇게 스케일이 큰 대회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오랜 세월 동안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살았지만 한반도평화를 논할만한 이론이나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도 이제와서 제가 못한다고 하는 것이 무척이나 무책임하게 여겨질테니 어찌해야 할지 머리와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 떠오른 우리교회 장로님 말씀이 있어서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전에 평신도대표 이흥용장로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목사님, 이제 곧 3.1운동 100주년이 되는데 동포사회나 교계에서 뭘 하나요? 그리고 목사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물으셨습니다. 그 때 제가 드린 말씀은 “그런 행사는 우리교회가 주관할 명분이 없고 뉴욕한인교회가 3.1운동 10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가 재정후원으로 동참하면 어떨까합니다.” 였습니다. 이용보 목사님이 담임으로 있는 뉴욕한인교회는 97년역사를 가진 교회로 미국에서 3.1운동이 일어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 된 교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제가 장로님에게 우리 후러싱제일교회가 동포사회와 민족문제에 앞장서는 것이 명분이 없는 교회라고 말씀드린 것 같아서 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추진해 낼 실력을 갖춘 사역자들과 만나 앞으로 우리교회에서 ‘평화와 정의학교’와 더불어 ‘갈등해소 프로그램’을 제대로 하도록 준비해보라고 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한반도 평화니 통일이니 말들은 하지만 실제적으로 호남과 영남의 지역갈등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것이 조국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민공동체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너무 많습니다. 교회는 말할것도 없고 가정에서도 부부간에,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갈등해소와 평화를 이루는 일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리고 이민자들이 미국에 살기위해 감당해야 하는 인종차별과 반 이민적인 문화에 제대로 대처할 역량이 많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3.1운동 백주년을 맞이하면서 민족문제의 발전적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단체들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있다 하더라도,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도 교회가 감당해야 할 선교적 사명은 그대로 존재합니다. 평화도 하나님의 평화가 있는 것이고 통일이 된다고 해도 예수말씀과 마음으로 세워가야 하는 하나님 나라 건설과 구원의 역사는 오직 교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사명입니다.
오래 전 함석헌 선생님께서 “예언자는 갑자기 등에 떠밀려서 앞에 나서게 되는 사람이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후러싱제일교회도 여러 분야에서 앞에 나서도록 등에 떠밀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잘 분별하고 우리가 감당해야 할 선교적 사명이 있다면 제대로 잘 쓰임 받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