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중요한디?” 몇년전 영화 ‘곡성’에 나온 대사인데 한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 말투를 흉내내면서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각성을 촉구했었습니다. 지난 며칠 한국에 들어와서 제 자 신에게 던진 화두이기도 합니다. 급하게 오느라 혁대를 가지오지 못했고 양복 한벌에 와이셔츠는 네 벌이나 가지고 왔으면서 정작 편하게 입을 옷은 챙기지 못했습니다. 남대문시장에 걸어나가서 혁대 를 하나 사고는 피곤해서 잠이 들어 한나절 그리고 시차로 인해 새벽에 깨어 뜬눈으로 지냈습니다. 다음날도 할일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많은데 남대문시장에 나가 바지를 사려고 기웃거리다가 아무것도 사지를 못하고 호텔에 들어와 피곤하여 잠이 들고 밤에 뜬눈으로 하루를 또 허비했습니다. 나는 아직도 백화점에서 내 물건 사는 것을 못합니다. 남대문시장에서 사야만 인생 제대로 사는 것으 로 여기는 컴플렉스가 있는데 문제는 남대문시장은 내가 기웃거리고 다니면서 물건 사기가 쉽지 않 은 곳입니다. 아내에게 꾸중듣는 것도 항상 같은 문제입니다. 제대로 된 옷 하나 사지를 않고 싸구려 를 여러개 사놓고 제대로 쓰지 않는 것입니다.
“무엇이 중요한디?” 거의 10년만에 이모를 뵈었습니다. 작년에 외삼촌과 어머니도 돌아가 셔서, 이제는 집안 유일한 생존 어른이시기에 민망함을 무릅쓰고 찾아뵈었습니다. 이모는 내가 의정 부 중학교 다닐때 우리학교 생물 선생님이셨습니다. 내가 수업시간에 떠들다 교무실에 불려가 벌 받 고 있으면 지나가다 뺨을 때리고 가시고는 했고, 시험관으로 들어와서는 옆에 있다가 답을 잘못쓰면 답이 될 때까지 머리에 꿀밤을 때리시기도 했습니다. 그덕인지 나는 중3 때 서울로 고등학교 가려는 아이들만 모아놓은 3학년 10반 특수반에 들었습니다. 그 이모가 이제는 90을 바라보는 노인이 되셨습 니다. 이모를 모시고 나온 사촌 여동생도 오랜만에 만난 오빠인데도 집안문제 보따리를 의논하려고 풀어놓는데 내가 참 이기적으로 살았다는 자책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장모님을 장인어른 묘에 함께 모셨습니다.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처 사촌오빠 식구들이 모 두나왔고 처 이모와 이모부가 오셔서 역시 10여년 만에 만났습니다. 대가족이던 가족들이 모두 일찍 미국에 이민가고 집사람 오빠가 홀로 남아 산소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모든 형제들 다 자기 길 떠났어도 그 형님은 가족을 가족으로 지켜내는 일에 최선 을 다하셨습니다. 제 아내 큰아버지가 70년대 준재벌 정도되는 큰 사업가셨습니다. 장인어른이 전쟁 고아들과 불우한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지갑, 집, 명함없는 3無 정신으로 목회를 할때 형님이 모든 재정 뒷감당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업체를 그 형님이 미국에 와서 경영학석사(MBA)를 마 치고 귀국하여 회사를 운영하다가 부도를 냈고 망하게 했던 것입니다. 그 이후 빚문제 해결을 위해 수십년 젊음을 바쳤고 결국 지금까지 홀로 가문의 묘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못나서가 아니라 가족의 가족됨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1981년 1월 3일 결혼을 했는데 양가 어머니들이 모두 반대했습니다. 장모님은 남편이 훌륭한 목사인 것만이 아니라 본인 아버지가 평양 장대현교회 목회를 하셨고 옛날 한국교계를 대표 하는 어른 가운데 한분이셨기에 목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데 사위감이 장래성이 보이지 않는 전도 사 신분이기도 했지만 양쪽 집안이 사실 결혼을 시킬 돈이 제대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 어머니가 반대한 이유는 “너가 아버지 없는 것도 서러운데 장인이라도 있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결혼을 했기에 장모님은 평생 저를 어려워하시고 미안해 하셨습니다.
장모님을 장인어른과 함께 모시고 산을 내려오는데 진달래와 개나리가 산에 가득했습니 다. 예배를 인도하는 서호석 목사가 “흙은 흙으로 재는 재로 ….” 외치는데 제게는 “정말 뭐가 중요한 디?”로 들려왔습니다.
이번 주일부터 성락성결교회 봄사경회를 인도 합니다. 박태희 원로목사님은 부흥사로 알려진 어른이셨 고 담임인 지형은 목사님은 독일에서 기독교 경건주의를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신학자입니다. 한국 성결교단 대표적인 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하는 것이 부담이 되면서 도 앞으로 한국교계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지형은 목사님 과의 교제가 많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