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인신매매 납치 피해자들을 치유하는 단체인 Haggar를 방문했을 때 “치유가 일어나면 트라우마의 악순환이 멈춘다”(When healing happens, the cycle of trauma stops)는 글을 보았습니다. 거꾸로 트라우마가 반복되는 것은 치유를 받지 못해서라는 것입니다. 현재 캄보디아의 인구는 35세 미만의 세대가 절대 다수입니다. 1975년도부터 1979년도까지 4년 동안 우리에게는 캄보디아의 ‘킬링 필드’로 알려진 대학살 사건 때문입니다. 당시 폴 포트가 이끈 크메르 정권이 자기 국민 200만명을 학살했습니다. 이에 한 세대가 다 사라졌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오랜 독재와 내전을 겪고 나서 나라가 약하다보니 인신매매 납치의 피해자들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바닥에는 ‘가난’이라는 문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도시에 일자리를 준다는 말에 넘어가 딸을 파는 부모들이 생기고 젊은 남자들 역시 일자리 준다는 말에 속아 태국과 같은 나라에 현대판 노예가 되어 팔려나가는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우리 일행은 캄보디아 ‘인신매매 철폐를 위한 국가위원회’ 위원장과 이민국장을 만났습니다. 모두 현역 군인 장성들로서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우리 일행에게 자기네 나라는 불교가 국교이지만 캄보디아 국민들을 살리기 위해 찾아온 기독교인들에게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가 새삼 많이 놀란 것은 세상에 악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놀란 것은 선한 사람들도 참 많다는 것입니다. ‘Jars of Clay’(질그릇)이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모임을 했는데 그 식당 종업원들 대부분은 성노예로 납치당했다가 탈출한 여자들이었습니다. 그날 모임 발표자는 캐나다 중국계 2세 여자인데 처음에 단기선교차 왔다가 하나님의 소명을 받고 5년 전부터 가난한 여성의 경제력을 키우는 훈련센타를 운영하며 회사들에게 이들을 고용하도록 연결시키는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치유되고 행복이 회복되는 것을 보는 것이 하나님 주시는 축복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이 감동이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캐나다계 중국인 2세, 일본에 연합감리교 선교사로 나가있는 미국계 일본인을 포함한 우리 코리언 어메리칸들이 절대 다수였습니다. 세상은 중국, 일본, 한국 복잡한 갈등관계에 있지만 우리는 예수의 사람들이라는 것 때문에 캄보디아의 착취당하는 여성들을 구하고 치유하는 일에 한 마음과 한 뜻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제게 감동이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연합감리교 세계선교국과 일본의 ‘웨슬리 재단’ 그리고 미국의 한인연합감리교회가 파트너가 되는 일을 협의했습니다. 씨너지의 힘을 보았습니다. 교단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선교의 부름에 순종하려는 교회가 파트너가 되면 각자는 하기 어려운 큰 일을 함께 해낼 수 있다는 것이 큰 도전과 동시에 힘이 되었습니다. 이번 일을 주관해 낸 세계선교국 아시아국장 폴공목사가 올해 초에 제가 연락을 해서 성노예 퇴치를 위한 선교에 후러싱제일교회가 관심을 가진다고 했을 때 자기 마음속에 맴돌고 있던 선교의 중요성이 확인된 순간이었다고 간증을 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동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힘을 얻는 것이고 혼자로는 감당하지 못한 위대한 일을 함께 이루어낼 수 있다는 소망을 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저 혼자 이번 협의회에 참가했으면 회의 전문가들의 모임이 될수 있는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평신도로서 제 아내와 Josh Perry성도가 함께 했고 박재용 목사와 한동수 목사가 동참을 하니 모임의 분위기는 말할 것 없고 회의 내용도 다양하고 다각적으로 풍부해 졌습니다. 캄보디아로 가는 비행기에서 ‘증인’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자폐의 고통을 살아내야 하는 여학생과 젊은 시절의 이상적인 꿈을 버리고 돈과 명예를 위해 현실과 타협하려고 하던 변호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입니다. 그 영화 마지막에 증인의 역할을 한 여학생이 “아저씨는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말에 울음을 폭발하는 변호사의 장면이 나옵니다. 자폐라는 장애를 가졌지만 거짓을 말할 수 없는 여학생으로 인해 진실이 밝혀진 것만이 아니라 거짓된 삶을 변호하며 살면서 행복하지 못했던 변호사에게 치유가 일어납니다. 아주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오늘부터 저는 자교교회에서 종로지방 선교대회 집회를 인도합니다. 한국에 와서는 광화문 근처 호텔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광화문에는 한쪽에서는 큰 노란 리본이 선명하게 보이는 세월호 진실을 밝히자는 모임이 건너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물러나야 한다는 노인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 교보문고에는 그런 세상과는 전혀 아랑곳 없는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가득하게 책을 읽고 행복하게 모여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세상 어디를 가도 대한민국 만큼 여러 면에서 잘 되어있는 나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행복도가 대한민국 만큼 낮은 나라가 없다는 것 같습니다. 캄보디아에서 본 “치유가 일어나면 트라우마의 악순환이 멈춘다”는 말을 내 조국 대한민국에 와서도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