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을 기다렸습니다. 어금니 임플란트 하는 날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치과를 가려고 하니 마취주사 바늘이 떠오르고, 뼈를 뚫고 들어올 드릴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아찔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성인이 되어서도 치아 관리에 소홀했습니다. 부모님역시 치아가 안좋았습니다. 태생적으로 치아가 그런데도 관리를 잘 안했으니 좋을리 없습니다. 그런데 뉴욕에 오고나서 보니, 교회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우리 교회 장로님 아드님 치과가 있어 지난 몇 년 평생 이렇게 열심히 치과를 다닌 적이 없습니다. 마취주사를 맞고 누워 있으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지난 4개월의 기다림, 치아를 넣기 위해 뼈속에 나사를 박아야 하는 날이니 아파야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수술후 몇 달 후면 뻥뚤린 빈 자리에 새로운 치아가 들어올 것입니다. 이 과정이 있어야 멀쩡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플란트 하는 아픈 순간들이 모두 감사했습니다. 기도도 했습니다. “하나님 Dr. Jason Kim 손을 붙잡아 주셔서 백만분의 일, 천만분의 일도 실수 없이 수술 잘하게 해주세요.”
주 초에 짧지 않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추수감사주일 특별헌금 봉투가 담겨있었습니다. 교회를 떠난지 2년이나 되었는데 작년에도, 올해에도 헌금내라고 봉투 보냈다며 무심한 교회라는 책망의 편지였습니다. 나간 분에게 왜 편지를 보냈냐고 부목사들에게 난리를 쳤습니다. 지금 부목사들은 그분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데 야단을 치니 눈만 껌뻑거렸습니다. 헌금봉투 잘못 보낸 교회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헌금봉투 다시 보내는 그분도 그렇고, 그렇다고 부목사들 야단치는 나도 그렇고, 우리가 이러면서 사는구나 생각하니 계속 웃음이 나왔습니다.
제 이름으로 주식관리 회사에서 보낸 편지도 받았습니다. 편지는 내 이름으로 왔지만 수표에는 교회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만 불입니다. 우리교회 장로님 내외분 따님이 건물개조 특별헌금으로 보낸 것입니다. 그 내용을 알려주시는데, 권사님 얼굴이 환하고 행복이 가득하셨습니다. 장로님 내외분이 그 돈을 쓰시면 크루즈 여행도 다니고 일년 내내 맛난 것 실컷 드실 수 있는 큰 액수이지만, 따님이 부모를 대신하여 헌금을 한다는 것에 너무 기뻐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저도 오는 감사절에 아이들에게 하려고 합니다. 저도 내 아이들이 나를 위해 교회에 헌금하는 날이 오면 엄청 자랑스럽고 감사할 것입니다.
어제 카톡 메시지도 들어왔는데, 시카고 내 부모님 묘에 크고 예쁜 꽃이 놓여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시카고에 있는 동료 목사가 그 근처에 심방을 갔다가 내 아버지 기일을 기억하고 내 마음 생각하면서 꽃을 놨다고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십여 년 전에도 시카고에 모임이 있어 갔다가 공항가는 길에 동행한 목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묘지를 찾았던 때가 있습니다. 동행한 목사는 나성에서, 나는 아틀란타에서 목회할 때인데 내가 묘지 풀을 정리하다 보니 그 친구가 같이 풀을 뽑다가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지금 목사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다 보니…”합니다. 남달리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목회를 잘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예배당에는 감사주일 과일장식을 위해 권사님들이 열심이시고, 목회실은 예배 준비로 분주합니다. 나는 임플란트 했으니 점심 식사도 못하고, 주일 합동 예배가 있으니 평상시보다 큰 부담을 느끼면서 사무실에 앉아있지만 감사가 몰려옵니다. 감사 감사 또 감사입니다.
“날 구원 하신 주 감사, 모든 것 주심 감사 지난 추억 인해 감사, 주 내 곁에 계시네. 향기론 봄 철에 감사, 외론 가을 날 감사. 사라진 눈물도 감사 크신 사랑 감사해.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 헤쳐나온 풍랑 감사 모든 것 채우시네. 아픔과 슬픔도 감사 하늘 평안을 감사. 측량 못할 은혜 감사 크신 사랑 감사해. 길가에 장미꽃 감사 장미 꽃 가시 감사 내일의 희망을 감사 영원토록 감사해”(날 구원하신 주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