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국사회를 평가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는 ‘교수신문’에 2019년 사자성어로 ‘공명지조’ (共命之鳥)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공명지조’는 두 개의 머리를 가졌는데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납니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지만 이를 질투한 다른 머리가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 결국 죽게된다는 상상의 새입니다. 머리만 두개이지 몸은 하나인데 상대를 죽이면 자기도 죽는다는 가르침을 주는 것입니다.
2019년을 평가하는 Collins 사전 선정 단어는 “climate strike”였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해결 행동을 뜻합니다. 그 뒤를 이은 단어는 “rewilding”입니다. 자연의 상태로 돌려놓자는 사회운동입니다. 사람의 편리를 위해 자연파괴를 하게됨으로 세상이 파괴되는 악순환을 막기위해 자연상태 보존의 중요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 뒤를 이은 단어가 “BoPo”입니다. 이는 있는 그대로의 외모를 자랑스럽게 여기자는 body positive의 준말입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빠져서 자기 외모를 부끄럽게 여기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nonbinary”입니다. 올해 뉴욕시가 규례로 제시한 식당을 포함한 공공건물에 남녀구별없는 화장실을 만드는 것이고, 사람을 구별하는 카테고리에 동성애 〮이성애 구별을 없애자는 미국사회의 변화을 뜻합니다.
세월이 빠른 것만이 아니라 세상이 급격하게 변합니다. 요즘 제 주변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우리가 살던 세상이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얼마전에도 우리교회가 속한 교단의 변화를 대처하는 한인교회에 대해 그리고, 그 와중에 제가 취하는 입장을 보며 실망해 하는 장로님께 “장로님이 아시던 그런 연합감리교회는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씀드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한 말씀 더 드린 것은 “실망스러우셔도 기다려주세요. 못나고 못마땅 해도 장로님은 한인교회를 지키는 일에 함께하셔야 합니다”였습니다. 우리의 노력들이 ‘공명지조’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각자 살길을 찾는 각자도생 아니면 어떻게 되어도 결국에는 제 길 찾고, 잘되는 사필귀정에 개과천선이 되고 더불어 돕고 사는 공존공영을 이루기를 기도합니다.
올해 우리교회를 담아낼 수 있는 사자성어는 무엇이 있을까요? 변함없고 한없는 하나님 은혜, 감사일 뿐입니다. 그래서 여산대문, 불망지은, 수은망극에 백골난망입니다. 제가 한문 잘 몰라 인터넷을 찾아보니, “산보다 높은 은혜, 잊지 못할 뼈에 사무치는 은혜”라는 말들입니다. 지난 몇달동안 열심히 시대의 흐름을 생각하고, 2020년 시작되는 새해를 조명해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제자리 걸음입니다. 책을 읽을 수록, 또 생각을 할수록, 불확실한 시대의 확실함이 커집니다. 그래서 이럴 때는 기본에 충실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회가 지켜내야 할 기본에 충실하다 보면 하나님이 생각과 마음에 깨달음과 감동, 계시와 비전을 담아주시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지극히 작은 자’와 자신을 동일시하신 예수님을 생각할 때 작은 자에게 하나님이 함께 하시듯 작은 일에 천하가 담겨있다는 믿음으로 살 것입니다. 거창한 말이나 대단한 일 하는 양 난리치지 않고, 주어진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80년대 세계기독학생운동 모토가 “Think Globally Work Locally!”(생각은 세계를, 실천은 현장에서!)였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우리가 살아가는 여기, 그리고 이 삶의 현장에서 예수님이 함께 하심을 믿고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올해 2019년에도, 그리고 새해 2020년에도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게 우리의 사자성어는 예수구원, 성령충만, 천국소망, 부활승리입니다. 예측불허의 시대 이기에 더욱 신앙기본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