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김정호

30여년전 목회 초기 엄청난 말들을 함부로 자신 있게 말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낯이 뜨겁습니다. 신학적으로도 대단히 극단적인 말을 많이 했고 설교를 하면서도 엄청 대단한 선언도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목회 초년생 시절에는 모든 문제에 내가 다 정답을 가지고 있었야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10년 지나 20년 지나면서는 거꾸로 질문이 너무 많았었습니다. 이제 30년을 넘어 40년 가까이 접어들면서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면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거나 아는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내가 책임지기 어려운 말은 가능한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많은 것에 정답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중요한 진리에 대해 더 깊은 확신을 가지려고 합니다.

돌이켜 보면 편협적이고 폐쇄적이었던 때가 많이 부끄럽습니다. 목회초기 진보자유신학을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 드러나는 언행은 근본주의 보수주의자들과 다름없이 고집스럽게 자기만 옳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성숙해지면서 예의를 갖춘 신사적인 크리스챤 (Christian civility)의 중요성을 말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별로없으면서 껍데기만 신사적이 될 수 있는 위험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복음의 확신 있는 예의(convicted civility)를 생각했습니다.

요즘 목회는 많이 자유롭습니다. 아는 것은 아는 만큼 말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할 뿐입니다. 그리고 잘 모르면 지금 알고 있는 것 더 열심히 잘하려고 합니다. 살아오면서 반성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잘 모르면서 너무 확신을 가지고 살아온 것들입니다. 모르면 배우고 배워서 더 잘하면 되는데 배우지는 않고 별 것 아닌 나의 확신을 확인시켜 주는 것들만 찾아 다녔던 시간들이 후회가 됩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확실히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아무 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살아온 시간들입니다. 독일 속담에 “길은 나아감에 따라 열린다”고 하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인생을 물음표(?)로만 살지 말고 감탄사(!)로 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을 잘 모르면서 남들에게 답을 주려고 애를 쓸 것도 아니고 설명(comment)하느라 애를 쓸것도 아닙니다. 가능한 내 인생을 축제(celebration)로 살고자 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 불만스러워 비판자(critic)로 살았다면 중년에는 인생을 아는 것 처럼 이러니 저러니 설명하느라 바쁘게 인생 낭비하기 너무 쉬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설명해도 듣지않으려는 사람들은 물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변화하지않으려는 사람들 어찌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은혜 충만해서 축제의 삶(celebration)을 살기도 바쁜데 그럴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최선다하는 목회를 하지만 결과에 대한 집착이 젊었을때보다 적어져서 참 좋습니다. 은퇴까지 오래 목회하려면 영육간에 건강해야 하니 건강한 자유가 있는 목회를 노력합니다. 그리고 불평불만으로 채우는 인생은 말할 것 없고 설명과 평가로 바쁜 인생도 재미없어 그렇게 살지않으려합니다. 바라기는 부족해도 내가 목회하는 교회를 예수 복음으로 가득한 축제의 마당으로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