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김정호

몇년전 Bruce Feiler가 ‘The Council of Dads’(아버지들의 협의회)라는 책을 썼습니다. Feiler는 Walking the Bible이라는 베스트 셀러를 쓰면서 젊은 나이에 책을 쓰는 사람으로서는 최고봉에 오르고 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43살이 된 어느날 아주 희귀한 암에 걸려 병원에 누워있게 됩니다. 죽음의 두려움 가운데 병실에 누워있는데 3살된 딸 아이가 자기를 향해 환하게 웃으면서 달려오더랍니다. 그때 그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앞으로 해야할 수많은 일들이 마음속으로 스쳐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받고 나서 딸에게 대신 아버지가 될 수 있는 친한 친구 9명을 찾아다니면서 ‘아버지들의 협의회’를 구성하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수년전 카네기 맬론 대학에서 ‘마지막 강의’를 한 Randy Pausch를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 역시 47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했을 때 어린 아들과 딸에게 남기고 싶은 말들을 책으로 내었습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자라겠지만 그들에게 아버지로서 해야 할 마지막 도리를 하기 위해 자녀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말들을 모은 것입니다.

오늘은 어버이주일입니다. 살아계신 부모님들도 계시지만 이미 천국에 계신 부모님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Feiler나 Pausch가 그리 한 것처럼 살아서 만이 아니라 부모는 세상을 떠나서도 자녀들에게 거룩한 영향력을 줍니다. 주님이 산자 죽은자 모두의 주님이 되신다고 한 것처럼 부모들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자녀들의 삶 속에 그대로 어머니 아버지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이해인 수녀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나이 든 어른도/ 모두 어린이가 됩니다./ 밝게 웃다가도 / 섧게 울고/ 좋다고 했다가도/ 싫다고 투정이고/ 변덕을 부려도/ 용서가 되니/ 반갑고 고맙고/ 기쁘대요./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 나쁜 생각도 멀리 가고/ 죄를 짓지 않아 좋대요./ 세상에 엄마가 있는 이도/ 엄마가 없는 이도/ 엄마를 부르면서/ 마음이 착하고 맑아지는 행복/ 어린이가 되는 행복”(엄마를 부르는 동안)
부모라는 존재가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란 온전히 하나님이 주장하시는 영역입니다. 우리네 삶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일 뿐인데 내가 내 마음대로 계획하고 주장하는 양 산다면 교만일 것입니다. 자녀들을 위해 내가 할수있는 것은 사랑한다는 말을 쉬지않고 해주는 것이라 여깁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아빠로서 아이들 끌어안아 주고 뽀뽀해주는 것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내 아이들이 부모가 된 다음에도 나는 뽀뽀를 해주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내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다음에도 내가 살아있다면 내 아이들의 뺨에 뽀뽀를 해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신앙훈련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적으로 얼마나 잘난 인간으로 키웠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아이들의 마음과 심령속에 어떤 내용을 담아주었는지 정말 모릅니다. 내가 아비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전화할때마다 “I love you.”하는 것이고 만날 때 마다 끌어안고 뽀뽀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않는 것입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이란 끝까지 사랑하는 것 뿐 다른 것은 모두 하나님께 맡길 뿐입니다.